[런던 2012]체조 대표팀 조성동 총감독이 말하는 사자성어 금메달 비결

입력 2012-08-08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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多言多失… “말많으면 복나가” 절제훈련
居安思危… 모호한 양2 대신 양1로 승부
外柔內剛… 온화한 미소 속 치밀한 분석
《 평소의 점잖은 노신사는 온데간데없었다. 아이처럼 방방 뛰며 환호하는 모습은 약관의 제자보다 격렬했다. 6일(현지 시간) 한국 체조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이 나오던 순간 양학선(20)을 부둥켜안고 굵은 눈물을 쏟았던 조성동 체조 대표팀 총감독(65). 한국 체조의 산증인 조 감독에게 ‘뜀틀의 신’ 양학선을 지도한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 다언다실(多言多失)

“말을 많이 하면 복이 나갈 것 같아서 인터뷰는 안 할게요. 이해하시지요?”

런던 올림픽 개막을 앞둔 지난달 23일 현지에서 만난 조 감독의 첫마디는 단호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유옥렬,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의 여홍철 등이 아쉽게 금메달을 놓치는 것을 몸소 지켜보며 정립한 나름의 원칙이었다. 본인도 선수도 입을 닫았다.

조 감독은 올림픽을 앞두고는 양학선에게도 말을 줄이는 훈련을 시켰다. 양학선은 지난해 연말 한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한 뒤 춤을 추는 등 튀는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뜀틀은 3∼4초의 공중 연기에서 승부가 갈린다. 선수는 자신을 통제하고 절제할 수 있어야 한다.” 조 감독의 묵언 훈련에 힘입어 연예인 기질이 충만했던 양학선은 돌부처로 단련됐다.

○ 거안사위(居安思危)

조 감독은 편안할 때 위기에 대비하는 지도자다.

지난해 도쿄 세계선수권에서 양학선은 난도 7.4의 신기술 양1(공중에서 세 바퀴를 비틀어 돌며 착지하는 기술)로 경쟁자들을 압도했다. 하지만 조 감독은 반 바퀴를 더 돌아 총 세 바퀴 반을 도는 ‘양2’를 준비시켰다. 신기술을 만드는 건 어렵지만 따라하기는 쉽기 때문이다. 양학선은 올 초 ‘양2’의 성공률이 50%를 넘었다. 양1로도 모자라 양2까지 완성 단계라는 소식은 경쟁자들의 전의를 상실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조 감독은 결국 ‘양1’로 올림픽을 치르게 했다. 두터운 국제 인맥을 동원한 결과 양학선의 독주를 견제하는 분위기 속에서 양2의 기술 점수를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많다는 귀띔을 들었기 때문이다. 조 감독의 인맥을 활용한 정보력 덕분에 양학선은 양1에 집중할 수 있었다.

○ 외유내강(外柔內剛)

조 감독은 훈련 때 말을 거의 걸지 않는다. 그저 교장선생님처럼 멀리서 지켜볼 뿐이다. 심리적 요인이 강한 뜀틀에서 질책 한마디가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인자한 미소를 보내고 있지만 조 감독의 머리는 항상 꽉 차 있다. 점프 횟수, 각도, 속도, 착지까지 꼼꼼하게 기록하고 있다. 수년간의 방대한 자료는 양학선의 컨디션 그래프로 만들어져 활용되고 있다.

그는 런던 도착 후 착지 난조를 보인 제자에게 “지금 착지가 잘되면 시합 때 오히려 안 된다. 안 되는 게 오히려 좋은 거다”라며 부드럽게 대했다.

조 감독은 “예상보다 컨디션이 올라오는 속도가 늦어 예선에서는 양1보다 안정적인 여2(양1과 형태는 같으나 회전수만 반 바퀴 적음. 난도 7.0점)를 시도해 컨디션을 끌어올리게 했다”고 말했다. 조 감독의 세심하면서도 부드러운 할아버지 리더십은 결국 한국 체조 사상 가장 완벽한 연기를 탄생시켰다.

런던=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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