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값만 있었다면 작년에 신기록?

입력 2012-08-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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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 고. 스포츠동아DB

15세 고보경, LPGA 최연소·43년만에 아마 우승 하기까지

15세 소녀골퍼 리디아 고(한국이름 고보경)가 미 LPGA 투어 최연소 우승으로 세계 여자골프 역사를 새로 썼다.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는 27일(한국시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의 밴쿠버 골프장(파72·6427야드)에서 열린 캐나다여자오픈(총상금 200만 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5언더파 67타를 치며 합계 13언더파 275타로 우승했다. 에비앙 마스터스 우승자 박인비(24·10언더파 278타)는 2위에 머물렀지만 우승상금 30만 달러를 독식했다. 1997년 4월24일생(15세4개월2일)인 리디아 고는 이번 우승으로 미 LPGA 최연소 우승 기록을 새로 썼다. 지난해 9월 나비스타 클래식에서 16세의 나이로 정상에 오른 알렉시스 톰슨(미국)의 기록을 1년 이상 앞당겼다. 미 LPGA 투어 아마추어 우승은 1969년 조앤 카너(버딘스 인비테이셔널 우승) 이후 43년 만에 나왔다. 역대 5번째다.


경비 부담에 초청받은 프로대회 포기
뉴질랜드 대표 선택도 경비조달 목적
6세때 골프 교육 위해 뉴질랜드 이민
12세땐 대학생도 출전 대회서 준우승
1월 호주 프로 대회서도 최연소 우승



○4홀 연속 버디로 우승 쐐기

2타 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했다. 신지애(24·미래에셋),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와 같은 조에서 경기를 펼쳤다. 세계 정상급 스타들과 함께 경기에 나섰지만 오히려 분위기를 주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승부는 경기 초반 갈렸다. 리디아 고는 2번(파4)에 이어 6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내 10언더파 고지를 밟았다. 반면 신지애는 6번홀에서 더블보기로 무너졌다. 루이스는 앞선 5번홀(파4)에서 보기를 적어내며 추격 의지가 꺾였다.

전반 9홀을 끝냈을 때 최운정(22·볼빅)에게 잠시 공동 선두를 허용하기도 했지만 그게 끝이었다. 후반 시작과 함께 13번홀(파5)까지 4개 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면서 2위 그룹과 격차를 4타로 벌렸다. 마지막까지 흔들리지 않은 리디아 고는 1위 자리를 지켜내며 새로운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리디아 고는 “컷만 통과하자고 마음먹고 출전했는데 우승까지 하게 돼 믿어지지 않는다. 당분간 프로로 전향할 생각은 없다. 대학에 가서도 골프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미셸 위(23)를 좋아한다는 그는 스탠포드 대학에 가는 게 1차 목표다.


○골프역사 새로 쓰는 기록제조기

기록이란 기록은 모조리 갈아 치우고 있다. 6세 때 뉴질랜드로 이민 간 리디아 고는 9세 때 첫 출전한 지역 아마추어 골퍼대회에서 당당히 입상했다. 11세가 되던 해부터는 뉴질랜드 주니어 무대를 평정했다. 노스 뉴질랜드 챔피언십을 3회 연속 우승했고, 2008년엔 뉴질랜드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했다. 고교는 물론 대학생까지 출전하는 대회에서 12세 꼬마가 준우승하면서 큰 화제가 됐다. 이듬해엔 당당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그의 활약은 뉴질랜드를 넘어 호주와 미국에서도 이어졌다. 2011년 호주 아마추어 대회 우승에 이어 US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는 스트로크 부문 공동 1위를 차지했다. 현지 언론으로부터 미셸 위, 알렉시스 톰슨의 뒤를 이을 차세대 여자골프 스타로 주목받았다.

세계 여자골프계가 리디아 고를 주목하기 시작한 건 1월이다. 호주 뉴사우스 웨일스오픈에서 프로 대회 사상 최연소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나이 14세 9개월로 일본의 골프아이콘 이시카와 료가 갖고 있던 15세 8개월을 뛰어 넘었다.

우승 행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8월13일 열린 US여자 아마추어 챔피언십 우승에 이어 LPGA 투어 캐나다 여자오픈에서 쟁쟁한 스타들을 따돌리고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면서 여자골프 태풍의 눈으로 등장했다.


○뉴질랜드 국가대표가 된 사연은?

리디아 고의 국적은 뉴질랜드다. 현재는 뉴질랜드 국가대표로 활동 중이다.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5세 때 동네(동작구 대방동)에 있는 실내연습장에서 골프를 배웠다. 어머니 현봉숙 씨는 박세리, 김미현의 활약상을 보고 딸에게 골프를 가르치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듬해 본격적으로 골프를 배우기 위해 뉴질랜드로 이주했다. 6세 때(2004년)다. 골프장 앞에 있는 집을 얻었다.

멀리 뉴질랜드까지 가게 된 이유는 저렴한 비용과 마음껏 골프를 즐길 수 있는 환경 때문이었다. 처음엔 가정환경도 좋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형편은 조금씩 기울어졌다.

뉴질랜드 국가대표로 활약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뉴질랜드에서 한국 국적으로 활동하면 아무런 지원을 받을 수 없다. 국가대표로 뛰어야 해외 투어 경비와 용품 등을 보조받을 수 있다. 전액 지원은 아니지만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프로는 대회에 나가 상금을 받을 수 있지만 아마추어는 우승하더라도 명예뿐이다. 그러다 보니 어려워진 가정형편 탓에 프로 대회 초청을 받고도 나가지 못하는 일이 많았다. 지난해 에비앙 마스터스와 ANZ 레이디스 마스터스로부터 초청을 받았지만 경비가 부담스러워 출전을 포기했다.

현봉숙 씨는 “초청을 받았지만 해외 대회에 나가기 위해선 항공료 등 경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 그 때문에 포기하는 일이 많았다.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골프를 가르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그러지 못해 딸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안타까워했다.


고보경?

▲1997년 4월24일 서울 출생
▲키 165cm
▲뉴질랜드 파인 허스트 스쿨
▲뉴질랜드 골프 국가대표(현재), 여자 아마추어 골프 세계랭킹 1위
▲2012호주여자골프투어 뉴사우스 웨일스 여자오픈 우승 (세계 남녀 프로대회 최연소 우승-14세9개월)
▲2012 US여자아마추어 챔피언십 우승, 2012 LPGA 캐나다여자오픈 우승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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