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까칠한 알 힐랄 극진한 대접…왜?

입력 2012-09-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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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힐랄 구단주인 압둘라흐만 왕자가 날카로운 눈매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울산|김민성 기자 marine@donga.com 트위터@bluemarine007

훈련시간 8번 변경에도 친절한 도움
적지서 원정 2차전 대비한 예방조치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을 안방으로 불러들여 AFC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을 치른 울산 구단의 극진한 손님접대가 인상적이었다.

사실 알 힐랄의 비위 맞추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사우디 왕가 직계 후손인 압둘라흐만 왕자가 구단주로 있는 팀답게 여러 차례 울산의 인내심을 시험했다. 경기 당일 경기장 VIP석을 마다하고 알 힐랄 벤치 옆 간이 의자에 착석한 압둘라흐만 왕자는 지난 주말 전세기로 김해공항을 통해 입국했을 때 사우디 대사관의 영접이 소홀했다는 이유로 심기가 무척 불편한 상태였다.

AFC 규정에 따라 구해준 선수단 호텔 방의 스위트룸 업그레이드 요구 정도는 애교 수준. 훈련 스케줄을 하루에 8번씩 바꾼 건 심각했다. 그래도 울산은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의 무난한 훈련을 위해 부산을 떨었다. 최근 태풍 산바의 영향권에 든 울산 지역에 폭우가 쏟아지자 알 힐랄은 악천후용 축구화를 구입해야 한다고 도움을 요청했고, 이에 울산은 서울의 한 용품 업체를 소개해줬다. 뿐 아니라 알 힐랄 선수단의 식자재 구입에도 도움을 줬다. 육류의 경우 반드시 이슬람식 도축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부산의 무슬림 커뮤니티를 활용토록 다리를 놨다.

물론 이런 도움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일종의 투자다. 8강 2차전을 적지에서 치르기에 자칫 찾아올 수 있는 피해를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함이었다.

이 모습을 처음부터 지켜본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스케줄을 보면 먼저 원정을 다녀오는 편이 낫다. 울산은 정 반대의 경우인데, 먼저 큰 덕을 쌓았으니 사우디에서 말도 안 되는 피해는 입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울산|남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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