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건창은 올 시즌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신인왕은 물론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까지 거머쥐며 신고선수 출신의 신화를 썼다. 목동|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bluemarine007
올 겨울 시상식·인터뷰 등 정신없이 보내
내년 2루수 전쟁서 3할·50도루 고지 점령
송지만 선배처럼 몸 관리 잘해 롱런 할 것
넥센 서건창(23)이 국내 최고 수준의 2루수로 떠올랐다. 2008년 프로에 데뷔한 그는 입단 5년 만에 신인왕이 됐고,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까지 차지했다. 생애 최고의 한해다. 올해 그는 127경기에 나가 타율 0.266, 115안타, 39도루, 70득점을 기록했다. 2루타도 21개를 쳤고, 3루타는 가장 많은 10개를 때렸다. 1년 전 넥센에 신고선수로 입단해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것은 사실 기적 같은 일이다. 그는 공·수·주를 갖춘 선수다. 올해도 잘했지만, 내년이 더 기대되는 선수다. 국내 2루수 가운데는 SK 정근우가 최고다. KIA 안치홍도 국가대표 수준의 뛰어난 기량을 지니고 있다. 올해 골든글러브는 서건창의 몫이지만, 아직은 그가 도전하는 입장이다. 2013년 최고의 2루수는 누가될까. 흥미진진하다.
○1년 전 이맘때 눈 맞으며 스윙했죠!
-축하한다. 신인왕에 골든글러브까지 받았다.
“감사합니다. 정말 꿈같은 시간이 지나가는 것 같아요. 제가 골든글러브를 받다니요.”
-기대를 조금도 하지 않았나?
“전혀요. 정말 저는 (안)치홍이가 받을 줄 알았어요. 제 이름이 불릴 때 정말 깜짝 놀랐죠. ‘치홍이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안치홍과는 친한가?
“네. 고등학교 때부터요. 대통령배 결승에서 광주일고가 우승했는데, 그때 치홍이가 서울고 2학년이었죠. 결승에서 홈런 2개를 치는데, 정말 괴물 같았어요. 공격, 수비, 베이스러닝까지 못하는 게 없잖아요.”
-수상 소감 때 울먹이더구나!
“정말 올해 내가 무슨 복이 이렇게 많은지…. 많은 분들께 감사했고, 지난 시간이 순간적으로 지나가는데 눈물 흘릴 뻔했어요.”
-지난해 이맘때는 무얼 하고 있었나?
“지난해요? 강진에서 눈 맞으며 스윙하고 있었죠. 군제대하고, 테스트 합격하고, 어떻게 하면 1군에 올라갈까, 그 생각밖에 없던 때니까요.”
-1년 만에 정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열심히 하긴 했지만, 저 혼자만의 힘은 아닌 것 같아요. 저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도 많고, 더 절박한 선수도 많은데. 제가 신인왕에 골든글러브까지 받은 건 정말 행운이 많이 따랐어요.”
-너도 고생 많이 했잖아?
“고생이라면 고생이지만, 있을 수 있는 일들이었죠. LG에서는 팔도 아팠고, 제가 못했어요. 군대는 당연히 갔다 와야 하고.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정말 실감이 납니다.”
-올 겨울 정말 바빴다. 이제 좀 여유가 생겼나?
“시상식에서 상도 많이 받고, 방송출연, 인터뷰, 정신없이 보냈어요. 이젠 다 끝났으니까 내일부터 연습해야죠.”
○베이스 러닝이 가장 자신 있어요!
-공격, 수비, 주루 다 좋다. 스스로 생각할 때 가장 자신 있는 건 뭔가?
“타격과 수비는 아직 모자라고요. 베이스러닝은 자신 있어요.”
-어떤 점인가?
“고등학교 때부터 타구 판단이 좋다는 말을 들었죠. 딱 소리 나면 가장 빠르게 반응할 수 있는 부분이죠. 또 베이스를 돌 때 턴하는 것도 자신 있고요.”
-올해 도루를 39개 했다. 발이 빠른가?
“빠르다고 하는 선수들 수준은 아니에요. 저는 한번도 제가 빠른 선수라고는 생각 안 해봤어요.”
-염경엽 감독의 도움이 많았겠다.
“그렇죠. 사실 제가 이렇게 많은 도루를 할 거라고 생각 못했어요. 시즌 초에는 뛰는 게 겁이 났죠. 뛰면 죽을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감독님이 저의 도루능력을 알려주셨고, 자꾸 뛰면서 스타트 끊는 요령을 알게 됐죠.”
-내년에도 많이 뛸 건가?
“네. 제가 해야 할 일이거든요. 팀에 도움이 되고, (강)정호 형이나 (박)병호 형을 위해서라도 뛰어야죠. 올해보다 더 적극적으로 뛸 겁니다.”
-도루는 국내에서 누가 제일 잘 한다고 생각하나?
“이대형(LG) 선배죠. 탁월해요.”
○3루를 맞추는 안타를 치고 싶어요!
-타격과 수비는 어떤가?
“타격은 밀어치기와 변화구가 숙제예요.”
-모든 타자들의 과제이기도 하다.
“올해 제가 당겨 쳐서 안타를 많이 쳤죠. 좌타자인데 좌익수 앞 안타가 적어요. 내년에는 밀어치는 안타를 좀더 많이 치고 싶어요.”
-좌타자 가운데 누가 잘 밀어치나?
“(김)현수(두산) 형도 잘 치고, (이)용규(KIA) 형도 잘 쳐요. 형들이 밀어서 안타 치는 걸 보면 많이 부럽죠. 어떨 때는 아름답다는 생각까지 들어요. 저도 형들처럼 3루 베이스를 때리는 안타를 치고 싶어요.”
-변화구는 어떤가?
“아직 부족하지만 칠 만해요. 프로에서 오래 뛰려면 변화구를 극복해야 하잖아요. 아직 직구 정도의 자신감은 아니죠.”
-닮고 싶은 타자가 있나?
“저랑 스타일이 비슷한 이용규 선배죠. 공 많이 던지게 하고, 타석에서 근성 있는 모습 보여주고, 밀어치고, 도루하고,….”
-수비는 어때?
“여유가 많이 생겼어요. 이젠 어깨도 아프지 않고, 경기를 보는 시야도 넓어진 것 같아요.”
-정근우, 안치홍과 수비를 비교하면 어떤가?
“많이 모자라죠. 수비범위가 일단 저보다 넓어요. 저는 이제 시작하는 선수고, 근우 형이나 치홍이는 리그 톱이잖아요.”
○내년 목표는 3할과 50도루!
-내년 목표는 무엇인가?
“3할 치고 싶어요. 도루도 50개는 해야죠.”
-풀타임 2번째 시즌 어려운 점도 있지 않을까?
“물론 쉽지 않겠죠. 견제도 많이 받을 테고, 제 스스로 부담도 떨쳐야 하고요.”
-서건창은 멘탈이 좋은 선수잖아?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인데, 잘 안되면 생각이 많아져요. 이런 것도 앞으로 좋아져야죠. 어쨌든 내년에도 올해처럼 정신없이 하려고요.”
-정신없이 한다?
“올해 정신없이 했거든요. 제가 생각할 때 내년 성공 여부는 정신없이 하는데 있는 것 같아요. 자꾸 남을 생각하고, 주변을 의식해 생각이 많아지면 안 될 것 같거든요. 올해처럼 앞만 보고 좌우 쳐다보지 않고 해야죠.”
○정상의 첫 계단을 올랐을 뿐입니다!
-신인왕과 골든글러브 수상 이후 달라진 점이 있나?
“축하를 많이 받았어요. 연봉도 많이 올랐고. 하지만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저는 신인이거든요.”
-꿈이 국가대표라고 했잖아. 많이 다가선 게 아닌가?
“그렇죠. 하지만 이제 한 계단 올라섰을 뿐입니다. 1년은 한 계단이죠. 1년 잘 했다고 몇 계단 올라서는 건 아니잖아요. 제가 올라갈 정상은 적어도 20계단은 되니까요.”
-선수생활 20년을 의미하는 말인가?
“저희 팀의 송지만 선배를 존경합니다. 저도 송지만 선배처럼 몸 관리 잘 해서 20년 이상 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내년 넥센은 몇 위쯤 할까?
“4강 가면 좋겠지만, 그건 제가 알 수 없는 일이고요. 올해처럼 팬들에게 신나는 야구를 또 한번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2루수 골든글러브 싸움은 어떨까?
“근우 형이나 치홍이, 또 다른 2루수들 다 열심히 하겠죠. 저는 그 뒤를 열심히 쫓아가겠습니다.”
서건창은?
▲생년월일=1989년 8월 22일
▲키·몸무게=176cm·80kg(우투좌타)
▲출신교=송정초∼충장중∼광주일고
▲프로 경력=2008년 LG 신고선수, 2011년 넥센 신고선수
▲2012년 성적=127경기 433타수 115안타(타율 0.266) 40타점 70득점 39도루(2위)
▲수상 경력=2012년 신인왕, 골든글러브(2루수)
▲2013년 연봉=7700만원
스포츠동아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