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연애의 온도’의 김민희는 또래의 여자들이 겪었을 법한 평범한 사랑 이야기를 리얼하게 연기했다. 화장도 지우고, 하이힐도 멀리 했지만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연기에 대한 재미가 생기는 것 같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배우라는 직업 외엔 난 평범한 여자
맨얼굴 연기 부담스럽지 않았어요
‘오르락내리락’ 연애의 온도
현실속 커플들 다 겪지 않나요?
차기작은 성숙한 멜로 욕심
무용하듯 연기하고 싶어요
30대에 접어든 여배우의 의미 있는 성장이다. 영화 ‘연애의 온도’가 21일 개봉하고 나면 주인공 김민희(31)를 향한 관객의 평가는 또 한 번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미스터리 스릴러 ‘화차’를 통해 배우로서 성장을 알린 김민희가 솔직한 연애담을 그린 영화로 다시 빛을 낸다. 스크린 속 연기와 캐릭터는 자연스럽게 김민희를 향한 신뢰로 연결된다.
김민희는 “특별한 게 없는 여자라서, 그게 나와 더 닮았다”며 ‘연애의 온도’의 주인공 장영을 설명했다. “(연기자란)직업을 빼고 보면 난 그저 평범한 여자”라며 “꾸미려 하지 않고 내가 가진 솔직한 마음을 이번 영화에 꺼냈다”고 했다.
김민희가 생각하는 “현실적인 연애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은 ‘연애의 온도’는 동갑내기인 은행원 커플이 3년 간의 연애를 끝낸 순간에서 이야기가 출발한다. 이별 뒤에도 서로에게 집착하던 둘은 우여곡절 끝에 다시 교제를 시작하지만 갈등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연인 사이의 소통 부재, 오해, 다툼이 반복되는 이야기에서 가장 빛을 내는 건 연출자 노덕 감독과 주연배우 김민희, 이민기의 상당한 내공으로 완성된 코믹 에피소드들이다.
“커플 사이의 연애 온도는 사소한 계기로 마구 올라갔다가도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차분하게 내려오기를 반복하지 않나. 쉬지 않고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다들 비슷할 걸.”
김민희의 영화 속 연애 상대는 실제로는 세 살이 어린 연기자 이민기. “‘민기야!’란 호칭에서 남자배우에 대한 거리감은 완전히 사라졌다”며 웃던 김민희는 “제목에서부터 뭔가 봄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영화에서 김민희는 화장도 지웠다. 화려하지 않은 옷에 단화를 주로 신는다. 주위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그 또래 여자의 모습 그대로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 출연하는 여배우로서는 쉽지 않았을 선택. 그런데도 김민희는 “중요하지 않았다”고 했다.
“요즘은 점점 연기하는 데 어떤 재미가 생기는 것 같다. 더 하고 싶고, 더 재미있기도 하고. 여전히 힘들지만 어쨌든 재미가 훨씬 크다. (멋쩍게 웃으며) 그렇다고 연기를 즐기는 단계는 절대 아니지만.”
김민희는 ‘화차’ 변영주 감독에 이어 ‘연애의 온도’에서도 여성감독의 손을 잡았다. 특별한 의도라기보다는 우연의 결과. 여성감독과의 작업을 묻자 그는 웃음기를 거두고 “여자 복이 정말 많다”며 “친한 사람들도 거의 여자들 뿐”이라고 했다.
여자 이야기로 시작된 김민희의 말은 ‘여배우가 선택할 수 있는 영화의 폭이 좁다’는 아쉬움에 대한 토로로 이어졌다. 고민은 꽤 깊어보였다.
“‘화차’나 ‘연애의 온도’는 그 당시 나의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었다. 지금은 좀 다른 것 같다. 선택의 폭이 좁으니까 내 욕심을 포기해야 하나, 아니면 일을 좀 쉬어야 할까…. 걱정이다. 지금은 놀고 싶지 않다. 이렇게 에너지가 많은데?(웃음) 시간은 또 얼마나 빨리 흐르는 지도 알고 있다.”
김민희는 얼마 전 하정우·강동원이 출연을 결정한 사극영화 ‘군도’ 제의를 받았지만 아직 마음을 정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연기 공백을 보낼 생각은 없다. “더 성숙한 멜로 연기에 대한 욕심이 크다”는 김민희는 “새로운 시도는 늘 원하고 있다”고도 했다.
“아무리 액션 연습을 열심히 해도 남자배우들을 능가할 수 없듯이, 여배우만의 강점이 분명 존재한다. 마치 무용을 하듯 캐릭터를 표현하는 매력을 보이고 싶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