껌 씹던 퍼거슨 이제는 못 본다

입력 2013-05-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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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로 우승컵을 49차례나 들어올린 ‘살아 있는 전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이 은퇴한다. 스포츠동아DB

우승만 49차례…“맨유 가장 강할때 떠난다”
1500경기 지휘봉…리그 잔여경기 후 은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축구감독’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살아 있는 전설’ 알렉스 퍼거슨(72·영국) 감독이 그라운드를 떠난다. 퍼거슨은 8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올 시즌 후 현장에서 물러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는 성명에서 “은퇴를 위해 심사숙고했다. 지금이 은퇴에 가장 적절한 시간이다. 가능하면 조직이 가장 강력할 때 떠나고 싶었는데 지금이 그렇다”고 심경을 전했다. 퍼거슨은 앞으로 맨유 홍보대사로 활동할 계획이다.


○49차례 우승 전설

퍼거슨은 1999년 맨유를 이끌고 바이에른 뮌헨(독일)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후반 추가시간 2골로 극적인 2-1 역전 우승을 일군 뒤 그해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다. ‘퍼거슨 경’으로 불리는 영국 축구의 영웅이다.

스코틀랜드 출신인 그는 선수 때는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1974년 32세에 은퇴해 곧바로 스코틀랜드 리그 이스트 스털링 지휘봉을 잡으며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1986년 맨유 사령탑으로 부임하며 감독 인생에 꽃을 피웠다. 당시만 해도 중하위권 팀에 불과했던 맨유를 프리미어리그를 넘어 세계 최고 명문 팀으로 키워냈다. 그가 클럽 감독으로 들어올린 우승컵은 무려 49개. 특히 맨유에서는 올 시즌을 포함해 무려 13차례나 프리미어리그 정상에 올랐고, 5차례 FA컵, 4차례 리그컵, 10차례 커뮤니티실드, 2차례 챔피언스리그는 물론 유로피언컵, UEFA 슈퍼컵, 인터콘티넨털컵,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이상 1차례)도 품에 안았다. 1999년 잉글랜드 클럽으로는 처음으로 트레블(리그, 챔피언스리그, FA컵 3관왕)을 달성해 세계적 명장으로 인정받았다.

자식과도 같았던 스타 데이비드 베컴을 가차 없이 내치는 등 스타에 의존하기보다 팀 전체를 하나로 이끄는 ‘퍼거슨 리더십’은 광범위한 연구가 이뤄질 정도로 주목받았다. 퍼거슨은 또 하나의 대기록 작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는 맨유에서만 1498경기(894승 337무 267패)를 소화해 올 시즌 남은 리그 잔여경기를 모두 치르면 1500경기에 도달한다.

국내 팬들에게는 박지성과 인연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2005년 박지성은 PSV에인트호벤 소속으로 챔피언스리그에서 맹활약했다. 퍼거슨은 박지성의 경기를 직접 본 뒤 영입을 결정했다. 박지성은 작년 여름 퀸즈파크레인저스로 이적할 때까지 7시즌 동안 퍼거슨과 함께 했다. 퍼거슨은 박지성이 떠난 뒤 직접 편지를 써서 출전 시간을 많이 주지 못한 일에 대해 미안한 심정을 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제 퍼거슨의 후임으로 누가 올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영국 언론들은 데이비드 모예스 에버턴 감독, 조제 무리뉴 레알 마드리드 감독 등을 거론하고 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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