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의 사커에세이] 좌우풀백·수비 집중력 문제 실수는 더이상 용납 안된다

입력 2013-06-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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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경기가 끝나고 열리는 기자회견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 중 하나가 ‘전력 평가’다. 한국 기자들은 상대 감독에게 한국팀의 강점과 약점을 물어본다. 다른 나라 기자들도 마찬가지다. 왜냐? 상대가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가장 궁금하니까. 대개의 경우 기자들이 원하는 답을 내놓진 않는다. 밋밋한 발언으로 대충 넘어가거나 약점은 건너뛴 채 강점으로 립 서비스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게 불문율이고, 서로 자극하지 않는 게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5일 한국-레바논의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6차전이 1-1로 끝난 뒤 테오 뷔커 레바논 감독은 기자들이 간절히 원하는 대답을 내놓았다. ‘한국의 약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한국선수들이 뻔히 보이는 공간에 패스를 넣지 않았다. 볼을 빼앗긴 뒤에 압박을 가하지 않고 지켜보고만 있었으며, 너무 자주 볼을 흘리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공간 침투, 강한 압박, 끈질긴 볼 소유 등은 현대 축구의 기본인데, 한국축구엔 이게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예상 밖의 돌직구였다. 한국으로선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한국을 얼마나 얕봤으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1위의 레바논 감독이 이 같은 발언을 했을까.

하지만 한국이 졸전을 펼친 이유가 모두 망라됐다는 점에서 대꾸할 말은 없다. 현대축구를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기 때문. 그런데 이런 지적은 1-2로 패한 2011년 11월 3차 예선 레바논전에서도 나왔다. 똑 같은 장소에서 똑 같은 실수를 반복한 것이 더 큰 문제다.

한국은 11일 우즈베키스탄과 최종예선 7차전을 갖는다. 한국은 지난 해 9월 열린 3차전을 우즈베키스탄 원정으로 치렀는데, 2-2로 비겼다. 당시 경기 내용은 비긴게 다행일 정도로 엉망이었다. 특히 상대의 세트피스를 대비하지 못한 점과 풀백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2골을 모두 똑 같은 패턴의 세트피스(코너킥) 상황에서 당했다. 집중력 부족에서 나온 실점이었다. 좌우풀백의 수비력도 문제였다. 계속 돌파를 당하면서 구멍이 크게 났다.

이전까지 승승장구하던 한국은 우즈베키스탄전 졸전 이후 하락세다. 당시의 좋지 못한 분위기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레바논보다 한수 위다.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다. 아직 월드컵 본선 무대에 단 한번도 나가지 못했기에 이번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역대전적은 7승2무1패로 한국이 월등히 앞서 있다. 단 한번의 패배는 1994년 10월13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준결승에서 90분 동안 몰아붙이고도 막판에 일격을 당해 0-1로 진 경우다.

이번에 우즈베키스탄을 상대하면서 가장 먼저 점검해야할 점은 분명하다. 세트피스와 좌우풀백, 중원 장악력이다. 한번 당한 팀에 또 다시 당할 가능성은 높다. 상대는 우리의 약점을 잘 알고 있고, 그걸 집요하게 파고들 것이다. 뻔한 상황이다. 이런 걸 극복하지 못한다면 월드컵 본선에 나갈 자격도 없다. 잘못된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란다.

스포츠 2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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