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후배 개그맨들이 뭉치자 에너지가 폭발했다. ‘개그콘서트’의 ‘황해’ 코너를 통해 화제와 논란을 함께 이끌어낸 개그맨들. 홍인규 신윤승 정찬민 이수지 이성동 이상구(왼쪽부터).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개콘’ 위기 극복 멘토·멘티제의 결과물
보이스 피싱 음성 파일서 아이디어 번쩍
홍인규 “정찬민·이수지, 조선족으로 딱”
대출 전화도 소재…이젠 끊지 않고 녹음
지속적인 위기설로 몸살을 앓던 KBS 2TV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에 구원투수들이 나타났다. 그것도 신선함으로 무장한 ‘겁 없는’ 개그 2∼3년차, ‘뉴 페이스’들이다.
보이스 피싱 범죄를 소재로 지난달 26일 첫 방송된 ‘황해’가 각종 화제와 이슈를 탄생시키며 ‘개콘’의 인기 코너로 자리 잡았다. 개그맨 홍인규(33·KBS 공채 19기) 이상구(30·20기) 이성동(32·25기) 그리고 정찬민·이수지·신윤승(29·이상 27기)으로 구성된 ‘황해’ 팀은 신인들이 주축이 돼 코너를 이끌고 있다.
방송 1회 만에 신선하다는 평가와 함께 조선족 비하라는 예상치 못한 논란에 부딪혔다. 하지만 23일 방송에서 한국에서 성실하게 살고 있는 조선족을 등장시켜 이들 역시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상황을 풀어내면서 개그의 목적이 ‘비하’가 아닌 ‘범죄 방지’임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켜 눈길을 끌었다.
‘황해’의 인기는 실제로 곳곳에서 빠른 속도로 드러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경찰청 사이버테러 대응센터 기획수사팀과 손을 잡고 사이버범죄 알리미로 협력하게 됐다. 이성동은 “요즘은 보이스 피싱보다 문자를 이용한 새로운 휴대폰 해킹 기법인 스미싱이 유행하고 있는데 개그에 접목시켜서 범죄를 예방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능숙한 조선족 말투로 시청자에게 웃음을 안겨주고 있는 이수지는 “‘개콘’이 아닌 다른 프로그램에서 ‘많이 당황하셨어요?’라는 유행어를 자막으로 활용하는 것을 보면서 인기를 실감한다”며 웃었다.
‘황해’는 최근 ‘개콘’이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새로 도입한 선배와 후배간의 멘토·멘티제가 낳은 최고의 결과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홍인규는 “인터넷에서 조선족의 보이스 피싱 음성 파일을 우연히 듣게 된 후 아이디어를 얻었다. 조선족의 얼굴을 떠올리는 순간 후배 정찬민이 떠올랐고, 이수지는 공채 시험 때 옌볜 사투리로 합격한 후 제작진이 아껴놓은 히든카드였다”고 밝혔다.
후배들 뒤에서 끊임없이 김을 먹는 홍인규의 ‘먹방’ 캐릭터는 영화 ‘황해’ 속 하정우에서 따왔다. 자세히 보면 김을 먹는 홍인규와 신윤승의 모습은 매주 변화하고 있다.
신윤승은 “처음에는 조미김을 썼는데 많이 먹다보니 너무 짜서 바꿨다. 홍인규 선배에게 매주 김의 신선도와 맛 등을 검사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홍인규는 “무엇보다 김이 서로 붙지 않고 낱장으로 잘 떼어지는 게 최고”라며 응수했다.
2012년 데뷔해 1년 만에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게 된 27기 정찬민, 이수지, 신윤승은 요즘 동기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사고 있다. 신윤승은 “우리에게 찾아온 좋은 기회가 동기들에게 많은 자극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들어 새 코너 검사도 많이 받고, 아이디어 회의에 활기가 넘친다”며 상승효과를 기대했다.
방송 한 주 만에 많은 호응을 얻다 보니 ‘빈틈’을 노리는 선배 개그맨들도 적지 않다. 코너에서 보이스 피싱에 대처하는 캐릭터를 맡은 이성동은 “제 첫 대사가 ‘여보세요’인데, 일부러 근처에 와서 ‘여보세요’를 반복하는 선배들이 몇 분 있다”며 견제했다. 이상구는 “‘이런 캐릭터는 필요 없냐?’며 새로운 역할을 들고 회의에 슬쩍 끼는 선배들도 있는데 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막 방송 4주차가 넘어섰지만 이들은 벌써부터 ‘변화’를 고민하고 있다. 예전에 비해 대중의 개그 소비 취향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혹시나 코너에 대한 피로감이 빨리 찾아오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때문에 이수지와 정찬민, 신윤승은 발 빠르게 다양한 곳에서 소재를 얻고 있다. 요즘 가장 많은 개그 소스를 얻은 곳은 다름 아닌 ‘대출 전화’다.
이수지는 “예전에는 대출 관련 전화가 오면 바로 끊어버렸는데 요즘에는 대화를 하면서 녹음을 한다. ‘얼마까지 대출을 해주냐’ 등을 물어보면서 최대한 상대방의 대화 패턴을 분석한다”면서 “아직까지는 얼마든지 다양한 소재들이 많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icky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