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피칭 X파일] 1사 만루서도 도망가지 않는다…‘루키’ 조지훈의 패기

입력 2013-07-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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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는 새로운 스타의 탄생이 가장 절실한 팀이다. 2013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입단한 오른손 투수 조지훈은 부드러운 투구폼과 힘 있는 직구로 한화 마운드의 새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한화는 새로운 스타의 탄생이 가장 절실한 팀이다. 2013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입단한 오른손 투수 조지훈은 부드러운 투구폼과 힘 있는 직구로 한화 마운드의 새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한화 마운드의 미래 조지훈

한화에 눈에 띄는 루키가 등장했다. 투구폼이 좋고 직구에 힘이 있다. 코칭스태프는 ‘싸울 줄 아는 선수’라며 멘탈에도 합격점을 줬다. 2013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지명한 우완 조지훈(19)이다. 조지훈은 6월 21일 잠실 두산전에서 1군 데뷔전을 치렀다. 5타자를 상대로 2안타를 맞았지만 무실점으로 막았다. 3일까지 5경기에서 4.2이닝을 던지며 방어율 3.86을 기록 중이다. 그는 지난해 황금사자기 전국고교대회에서 장충고를 준우승으로 이끌며 주목받았다. 부드러운 폼과 무브먼트 좋은 직구로 스카우트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프로에도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입단 당시보다 투구 밸런스가 좋아졌고, 공에 힘도 더 붙었다. 한화는 그를 선발로 기용할 계획을 갖고 있다. 투수력 때문에 고전하고 있는 한화지만, 조지훈은 희망을 품어볼 만한 매력적 투수다.


1군 데뷔전 무실점…“조금도 긴장 안 해”
만루 위기서도 루키답지 않게 뱃심 두둑

정민철 코치와 뛰고 또 뛰고 밸런스 개선
공격적인 피칭 강점…커브 연마는 필수

류현진 이후 슈퍼루키 부재 한화의 희망


● 인상적인 프로 데뷔전!

조지훈은 6월 21일 두산전에서 8회 등판했다. 좌타자 이종욱과 정수빈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김재호, 민병헌, 홍성흔을 외야플라이로 막았다. 프로 데뷔전인데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시속 143km의 직구에 힘이 있었고, 컨트롤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데뷔전인데 조금도 긴장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틀 뒤 조지훈은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0-5로 뒤진 6회말 1사 만루 위기였다. 첫 타자 오재일을 3루수 파울플라이로 잡았다. 2사 만루서 만난 홍성흔은 3루수 땅볼로 유도해 실점을 막았다. 1사 만루의 긴박한 상황에서 그는 놀랄 만큼 차분했다. 도망가지 않았고 공 4개를 모두 스트라이크존에 던졌다. 루키답지 않은 뱃심과 침착함이 돋보였다.




● 2군에선 선발, 1군에서도 곧 선발!

조지훈은 퓨처스리그에서 줄곧 선발로 활약했다. 11경기에 등판해 방어율 2.70을 기록했다. 4월 9일 SK전에서 5이닝 동안 10개의 삼진을 잡았고, 5월 23일 삼성전에선 7이닝 1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6월 16일 두산전에서 7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뒤 1군에 콜업됐다. 조지훈은 한화가 야심 차게 키우고 있는 선발투수다. 직구,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을 던질 줄 알고, 자신 있는 공은 직구와 슬라이더다. 커브와 체인지업이 아직 확실치 않아 직구 승부가 많다. 슬러브처럼 다소 큰 각도의 슬라이더는 결정구로 눈여겨볼 만하다. 한화는 그를 1군에서도 선발로 내세울 계획이다. 김혁민, 유창식, 안승민이 부진한 가운데 한화는 선발투수 찾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지훈의 선발등판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 정민철 코치와 서산 2군 캠프

조지훈은 충남 서산 2군전용훈련장에서 정민철 투수코치와 엄청난 훈련량을 쌓았다. 특히 러닝을 많이 했다. 힘들어 쓰러질 만큼 뛰고 또 뛰었다. 투수는 러닝을 많이 해야 몸도 강해지고 투구밸런스도 좋아진다는 게 정 코치의 생각이었다. 2군 경기와 관계없이 많이 뛰었다. 50m 대시 35번, 30m 대시 50번, 50분 달리기, 폴왕복 10회 등을 매일 바꿔가며 뛰었다. 한번 뛸 때마다 초를 쟀고, 불합격이면 다시 뛰었다. 야간에는 2시간씩 웨이트 트레이닝과 새도 피칭, 복근운동을 했다. 특히 하체 밸런스를 잡는 데 집중했다. 정 코치는 “투수에게 밸런스는 생명이다. 특히 하체가 안정되지 못하면 좋은 공을 던질 수 없다”고 말했다. 러닝과 훈련을 많이 시키는 이유도 좋은 밸런스를 만들기 위한 기초 다지기였다. 조지훈은 스프링캠프에서 하체 밸런스가 좋지 않았다. 하체 밸런스가 부실하면 상체 부담과 부상 위험이 커진다. 그래서 정 코치와 1대1로 밸런스 훈련에 집중했다. 정 코치는 “지훈이가 정말 열심히 했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밸런스가 많이 좋아졌다”고 평했다. 1군에 올라온 조지훈을 보고 송진우 투수코치도 깜짝 놀랐다. “처음 지훈이가 공을 던지는 걸 보고 밸런스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리겠구나 생각했는데, 굉장히 좋아져서 1군에 왔다.” 송 코치는 통산 210승을 거뒀고, 정 코치는 통산 161승을 올렸다. 통산 승수 1∼2위의 두 코치는 투구 밸런스를 누구보다 강조한다. 좋은 밸런스가 좋은 공을 던지게 하고, 부상 없이 오랜 시간을 뛸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한화 조지훈. 스포츠동아DB

한화 조지훈. 스포츠동아DB



● 조지훈은 싸울 줄 안다!

투수에게 필요한 조건 가운데 공격적 성향을 빼놓을 수 없다. 마운드에서 타자와 싸울 줄 아는 멘탈 능력이다. 조지훈은 1군에서 던진 5경기를 통해 코칭스태프의 신임을 얻었다. 송진우 코치는 “마운드에서 싸울 줄 안다”는 평가를 내렸고, 이종범 코치 역시 “시원시원하게 잘 던진다”고 높은 점수를 줬다. 정민철 코치는 “1군에서 지훈이가 좋은 결과를 내면 좀더 빨리 자신감을 얻겠지만, 올해 실패한다고 해도 분명 한화를 끌고나갈 재목”이라고 기대했다. 조지훈도 각오를 분명히 했다. “어떤 타자가 나와도 내 공을 믿고 정면 승부하겠다. 마운드 위에선 그것만 생각한다.”


● 고3 시절 76이닝 100K

조지훈은 중학교 3학년 때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장충고 1∼2학년 때는 재활에 전념했고, 3학년부터 본격적으로 던졌다. 고교 시절 최고 스피드는 시속 148km. 76이닝 동안 탈삼진 100개를 기록했고, 피안타율은 0.186이었다. 조지훈은 삼진을 잡을 줄 아는 투수다. 퓨처스리그에서 53이닝 동안 44개의 삼진을 잡았다. 정민철 코치는 “결정적 순간 삼진을 잡아낼 줄 알아야 한다. 앞으로 커브만 던질 줄 알면, 경기운영과 체력안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 조지훈, 희망을 던져라!

1989년 송진우가 빙그레에 입단했다. 동국대를 졸업하고 1988서울올림픽에 참가한 뒤 한발 늦게 프로에 뛰어들었다. 그는 21년간 210승, 3000이닝, 2000탈삼진을 기록했다. 1992년 대전고를 졸업한 정민철이 한화에 입단했다. 입단 당시만 해도 주목받지 못했고, 스프링캠프에도 가지 못했다. 시범경기 때 1군 라이브 배팅에 배팅볼 투수로 나갔다가 그의 직구에 김영덕 감독이 반했다. 첫 해 14승을 올렸고, 통산 161승을 찍었다. 2006년 괴물 류현진(현 LA 다저스)이 입단했다. 첫 해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며 전무후무한 신인왕-최우수선수(MVP) 동시 수상에 성공했다. 류현진 이후 한화는 슈퍼 루키를 발굴하지 못했다. 조지훈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한화팬들의 갈증을 풀어줄 충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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