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도 숨죽인 ‘리베라 모멘트’

입력 2013-07-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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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베라, 마지막 올스타전 MVP 영예

8회말 시티필드에 ‘엔터 샌드맨’ 울리자
스타들 덕아웃 지키며 전설의 등판 예우

주무기 ‘커터’로만 삼자범퇴…유종의 미
올스타전서 투수 MVP는 14년 만에 나와


마흔네 살 베테랑 투수의 눈가가 젖어들었다. 울음을 참으려는 듯 입가가 떨렸다. 드넓은 야구장에 홀로 우뚝 선 거인, 마리아노 리베라(44·뉴욕 양키스).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 마무리투수의 마지막 잔치는 그렇게 감동과 눈물 속에 막을 내렸다.

뉴욕 시티필드에서 17일(한국시간) 열린 2013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8회말을 앞둔 뉴욕 메츠의 홈구장에 뉴욕 양키스 ‘수호신’의 등장음악이 울려 퍼졌다. 양키스타디움에 리베라가 나타날 때마다 그의 발걸음 뒤로 흘렀던 메탈리카의 ‘엔터 샌드맨(Enter Sandman)’. 주인공이 천천히 마운드로 걸어 올라갔다. 그러나 야수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오직 리베라만이 빛나는 ‘리베라 모멘트(Moment)’를 만들어주기 위해 덕아웃을 지켰다. 포수 살바도르 페레스(캔자스시티)만 연습투구를 받기 위해 홈 플레이트 뒤로 향했을 뿐이다.

마운드에 선 리베라가 숨을 골랐다. 모자를 벗어 하늘을 향해 치켜 올렸다. 19년간 응원해준 야구팬들에게 정중하게 인사했다. 관중은 열띤 환호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동료 선수들조차 휴대전화를 들어 그 장면을 사진 속에 담았다. 메이저리그 개인통산 최다 세이브(현재 638세이브)라는 대기록을 남기고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최고의 소방수에게 걸맞은 예우였다. 울컥한 리베라는 깊은 감회가 담긴 눈빛으로 야구장을 한 바퀴 둘러봤다. 아메리칸리그의 쟁쟁한 올스타들이 그제야 하나둘씩 그라운드로 달려 나왔다.

8회말은 깔끔한 삼자범퇴로 끝났다. 투구수 14개 모두 리베라를 지금의 자리에 올려놓은 주무기 컷패스트볼로 채워졌다. 거장의 마지막 올스타전다웠다. 리베라가 덕아웃으로 돌아오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선수 전체가 일일이 악수를 청했다. 그들 모두 천문학적 액수의 연봉을 받는 메이저리그의 톱스타들. 그러나 ‘전설’ 앞에선 한마음으로 예의를 갖췄다. “리베라와 단 하루라도 라커룸을 함께 쓸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아메리칸리그는 내셔널리그에 3-0으로 승리했다. 그리고 리베라는 1999년 페드로 마르티네스(당시 보스턴) 이후 14년 만에 투수 출신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오랜 시간 메이저리그의 뒷문을 걸어 잠근 대투수에게 가장 어울리는 마침표. 그는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팬들과 선수들, 감독, 코치까지 모두가 내게 기립박수를 보내줬다. 값을 측정할 수 없을 만큼 멋진 일”이라며 “이 곳에 있어서 행복했다”고 밝혔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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