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다저스 닉 푼토 “아버지처럼 살고 싶다”

입력 2013-08-02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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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푼토(LA 다저스). 동아닷컴DB

전반기 막판부터 휘몰아친 다저스의 돌풍이 무섭다.

다저스는 올스타전 이후 거둔 10승 1패의 성적을 포함 최근 33경기에서 27승 6패 승률 0.818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저스 돌풍'은 이제 웬만해선 쉽게 막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돌풍이 점차 태풍이 되어가는 추세다.

내셔널리그 서부조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다저스의 동력은 공수양면의 원활한 조화에서 나온다. 커쇼-그레인키-류현진으로 이어지는 안정된 마운드와 푸이그-라미레즈-곤잘레스-이디어로 연결되는 중심타선은 가히 폭발적이다.

하지만 야구는 팀 스포츠이다. 소수의 활약만으로는 최고가 될 수 없다. 주축선수는 물론 이들을 받쳐주는 조연급 선수들도 반드시 필요하다. 다행히 다저스에는 팀이 필요할 때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해주는 조연급 선수들이 많다. 내. 외야 수비가 모두 가능한 닉 푼토(36)도 그 중 한 명이다.

푼토는 지난 1998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21라운드에서 필라델피아에 지명돼 프로에 진출했고 3년 뒤인 2001년 9월 빅리그에 데뷔했다. 이후 미네소타-세인트루이스-보스톤을 거친 푼토는 지난해 가을 보스톤 동료였던 아드리안 곤잘레스, 조시 베켓, 칼 크로포드와 함께 다저스로 트레이드 됐다.

푼토의 메이저리그 경력은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그는 팀 전력에 유용한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인정받으며 선수생명이 평균 6년도 안 되는 빅리그에서 무려 13년간이나 살아 남았다. 지난 2011년에는 세인트루이스 유니폼을 입고 월드시리즈에 출전했으며 우승의 감격도 누렸다.

푼토의 부친인 루 푼토(63) 역시 보스톤에 지명된 야구선수였다. 그러나 그는 국가의 부름을 받아 베트남전에 참전하는 등 당시 시대상황의 영향을 받아 빅리그에 진출하진 못했다. 대신 고등학교 야구코치로 변신해 자신의 아들을 비롯 에릭 차베즈(36. 애리조나)와 지난 1996년 1차 지명을 통해 애틀랜타에 입단했던 포수 에릭 먼슨(은퇴) 등 다수의 빅리거를 양성했다.

푼토는 이런 아버지를 자랑스러워하며 동아닷컴과의 단독인터뷰에서 “야구는 물론 삶에서도 아버지는 늘 나의 멘토이자 롤모델이었다. 내가 아버지에게 느꼈던 감정을 내 자식들 또한 나를 통해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아닷컴은 최근 국내 언론 최초로 미국 현지에서 푼토를 만나 인터뷰했다.

닉 푼토(LA 다저스). 동아닷컴DB


다음은 푼토와의 일문일답.

-최근 몸 상태나 컨디션은 어떤가?

“아주 좋다. 아픈 곳도 없고 언제든지 그라운드에 나가 뛸 준비가 되어있다.”

-올 시즌 목표가 있다면?

“(주저 없이) 월드시리즈 우승이다. 지난 2011년 세인트루이스에서 뛸 때 월드시리즈 우승을 한 차례 경험했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해 본 사람들은 안다. 그 기분이 얼마나 짜릿한지! 그리고 그 느낌을 절대 잊지 못한다. 다시 한 번 더 월드시리즈 우승의 감격을 느끼고 싶고 (주위를 둘러보며) 보다시피 우리 팀에는 재능 있는 선수들이 너무 많다. 이들과 함께 올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루고 싶다. 우리 팀은 충분히 그럴만한 능력이 된다.”

-선수생명이 평균 6년도 안 되는 빅리그에서 13년째 롱런 중이다. 비결이 있다면?

“확실한 목표와 그것을 이룰 수 있도록 남들보다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야구는 항상 잘할 수 없는 경기이다. 그래서 누구든지 야구를 하면 실패를 경험한다. 실패했을 때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와 지혜도 반드시 필요하다. 돌이켜보면 실패를 감당하고 극복했을 때 더 큰 보람과 성공이 나를 맞이해준 것 같다.”

-야구는 언제 처음 시작했나?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과거 야구선수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야구공을 가지고 노는 걸 좋아했다. 아버지 말에 의하면 내가 어렸을 때 집안에서 야구공을 집어 던져 벽에 상처도 냈지만 이를 보고 화가 났던 어머니와 달리 아버지는 내가 야구에 재능이 있는 것 같다며 좋아했다고 한다.”

-어렸을 때 본인의 롤모델은 누구였나?

“세인트루이스의 유격수였던 아지 스미스(은퇴)의 플레이를 보는 걸 좋아했다. 하지만 나의 가장 큰 롤모델이자 스승은 나의 아버지이다. 그는 내게 야구와 관련된 모든 것을 가르쳐주셨을 뿐만 아니라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과 지혜도 가르쳐 주셨다. 내가 아버지의 도움이 필요할 때 마다 그는 늘 그 곳에 있었다.”

닉 푼토(LA 다저스). 동아닷컴DB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그렇다. 아버지도 과거 야구선수로 보스톤에 입단했지만 빅리그에 진출하진 못했다. 내가 야구를 시작하고 아버지는 내가 그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야구와 관련된 많은 것을 가르쳐 줬고 손수 훈련도 시켰다. 하지만 그는 늘 내게 ‘야구를 하기 힘들면 언제든지 말해라. 네가 야구를 하지 않아도 너는 항상 나의 사랑스런 아들이다’라며 안아주시곤 했다. 아버지는 야구는 물론 삶에서도 늘 나의 멘토이자 롤모델이었다. 내가 아버지에게 느꼈던 감정을 내 자식들 또한 나를 통해 느꼈으면 좋겠다.”

-야구를 시작한 후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했을 때다. 특히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 우승을 확정 지었을 때의 기분은 이 세상 그 어느 것과도 감히 견줄 수 없을 정도였다.”

-반대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였나?

“미네소타에서 뛰었던 지난 2007년이 가장 힘들었다. 당시 빅리그에 데뷔한 후 최악의 성적을 거둘 정도로 장기간 슬럼프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때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실패를 감당해 내는 지혜를 배운 게 내 야구인생에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메이저리그 투수 중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이를 꼽자면?

“내 경우는 양키스에서 뛰었던 케빈 브라운(은퇴)이 가장 까다로웠다. 하지만 그가 은퇴한 후에는 (잠시 생각하더니) 애리조나의 이안 케네디가 가장 어렵다.”

-연습이나 경기가 없는 날은 주로 무엇을 하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항상 골프를 친다.”

-야구 외에 잘하는 운동이 있다면?

“고등학교 시절 농구선수로도 뛰었다. 하지만 프로야구선수가 된 후로는 농구할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지금은 야구와 골프 외에 다른 운동은 하지 않는다.”

-만약 메이저리거가 되지 못했다면 지금쯤?

“유소년 야구를 위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을 것이다. 메이저리거가 되지 못했어도 야구에 대한 열정은 숨길 수 없기 때문에 분명 아이들에게 야구를 가르치고 있을 것이다.”

닉 푼토(LA 다저스). 동아닷컴DB


-야구선수들은 징크스가 많다. 당신도 그런가?

“내 경우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같은 일을 반복적으로 하며 경기를 준비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징크스는 없는 편이다.”

-당신 삶에서 이것이 없으면 못살겠다 라고 할 수 있는 3가지만 꼽자면?

“사랑하는 부인과 아이들 그리고 아내의 음식이다.”

-부인의 요리솜씨가 정말 좋은가 보다?

“(웃으며) 끝내준다!”

-푼토 당신에게 ‘야구’란?

“야구는 내 삶의 모든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야구는 늘 내게 부여하는 의미가 매우 크다. 야구는 내가 잘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자 신(神)이 내게 주신 축복이다. 야구를 통해 많은 것을 얻고 배웠으며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다.”

-빅리거를 꿈꾸는 어린 선수들에게 조언을 하자면?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최선을 다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야구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자신이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설령 주위에서 ‘너는 안돼’라고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더라도 결코 그것에 주눅들거나 흔들리지 말고 오직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해 정진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끝으로 한국에 있는 당신과 다저스 팬들을 위해 한 마디 해달라.

“나와 다저스를 응원해 주는 한국 팬들에게 고맙다는 말부터 전하고 싶다. 올 시즌 다저스의 전력은 정말 좋다. 그러니 우리 다저스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해 반드시 우승할 수 있도록 계속 응원해 주었으면 좋겠다. 고맙다.”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22.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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