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채널 OCN ‘귀신보는 형사, 처용’으로 첫 드라마 주인공을 맡은 그룹 시크릿의 전효성은 연기를 아직 잘 모른다. 그래도 “처음 도전한 분야”여서 즐겁기만 하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seven7sola
“메이크업을 이토록 연하게 하긴 처음
어느정도 목표를 달성한 것 같아 뿌듯
걸그룹 출신 선입견? 줄이는게 내 몫
가수와 연기 둘다 놓치고 싶지 않아요”
아이돌 출신 연기자에게 흔히 따라다니는 ‘발연기’ 지적도 없다. 무대 위에서 선보였던 진한 화장, 화려한 의상과 하이힐을 모두 벗어던지고, 오로지 ‘신인 연기자 전효성’만 생각하다보니 얻은 결과였다. 여기에 “아주 잘하고 있다”는 선배 배우들과 제작진의 칭찬이 더해져 전효성을 ‘춤추게’ 만들었다.
4인조 걸그룹 시크릿 멤버인 전효성은 현재 방송중인 케이블채널 OCN 드라마 ‘귀신보는 형사, 처용’을 통해 연기자로 시청자들과 처음 만나고 있다. 그동안 카메오 출연은 한두 번 경험이 있지만, 주인공으로 드라마를 이끌고 나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직 연기하는 게 두렵고 무섭지만, 처음 도전한 분야니까 즐기면서 했다. 칭찬을 받으니까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도 나고. 사실 드라마가 사전제작이라서 내 문제점이 뭔지 잘 몰랐다. 방송되고 나니까 뭐가 문제인지 내 눈에도 보이더라.”
야무지고 당차다. 연기를 정식으로 배운 적도 없고, 드라마 출연제의를 받고 오디션을 보기 전날 밤, 연기 선생님을 찾아가 대본을 맞춰본 것이 전부인데도 “생각한 만큼 표현이 안 됐다. 캐릭터를 이해한대로 100% 다 표현했다고 느꼈는데, 막상 보니 60%도 되지 않았다”며 자신을 가감 없이 책망했다.
전효성의 당찬 행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오디션을 보러 갔을 때 자신이 이해한 캐릭터를 A4용지에 빼곡히 적어 제작진에게 내밀었다.
“극중 캐릭터가 나와 정말 닮았다. 푼수 같고 왈가닥하고 긍정적인 게 비슷하다. 우연히 대본을 봤는데, 내가 하면 잘 어울릴 것 같더라. 하하. 그래도 오디션이라 굉장히 떨었다. 떨리는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오히려 당당하게 행동하고 말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무슨 배짱으로 그렇게 했는지. 아호, 생각하기도 싫다.”
전효성은 가수 출신 연기자라면 통과의례처럼 붙어 다니는 ‘선입견’에 대해서도 당차게 말했다.
“당연한 일이다. 가수로 데뷔한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겨내야 할 과제와도 같은 거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탐탁치 않고 반갑지 않은 시선일 수 있다. 나도 시청자 입장이라서 이해한다. 그 간격을 줄여나가는 게 내 몫이다.”
그의 노력은 끝까지 이어졌다. 드라마에서 그룹 시크릿의 모습이 겹쳐 보이지 않기 위해 녹화 내내 극중 캐릭터로 온전히 살았다. 그는 “데뷔하고 나서 메이크업을 그렇게 연하게 한 적도 처음이었다”며 “시크릿의 전효성을 떠올리지 않도록 신경 썼다. 그건 어느 정도 달성한 것 같아 뿌듯하다”고 환하게 웃었다.
전효성은 연기에 첫발을 들여놓은 만큼 더 욕심을 내고 싶다고 했다. “연기는 양날의 칼 같다”면서 “분명 연기는 거짓(픽션)인데, 진심을 담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연기자가 진심을 담아야 보는 사람이 감동한다”며 꽤 진지하게 말했다.
가수와 연기, 두 가지 일을 한꺼번에 병행하지는 못하더라도 어느 하나 “절대 놓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가수는 늘 업그레이드하고 변신해야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신곡을 발표한 다음 날부터 다음 앨범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하나 고민한다. 컴백하면 멤버들 모두 불면증에 걸릴 정도지만, 그것 역시 우리의 몫이다.”
이제 스물여섯 살.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호기심 많은 나이지만, 한살 한살 나이가 들면서 책임져야 할 것도 많아진다면서 제법 성숙한 생각을 드러냈다.
“연애는 이미 포기했다. 하하! 이렇게 말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스물다섯 살 때는 나이 드는 게 싫었다. 어린 친구들도 많이 나오고, 나이 드는 자체가 겁났다. 막상 한살 먹으니까 겁이 없어지더라.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지,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느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분명 더 얻는 게 더 많다. 평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이런 생각을 자주하는데, 10년 후엔 이런 고민하지 않도록 더 많이 배우고, 하고 싶은 일들을 더 많이 하면서 살겠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ngoo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