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피플] 정대세 “앞으로 좀 더 이기적인 공격수 되겠다”

입력 2014-04-17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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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 공포를 골과 승리에 대한 절박함으로 이겨낸 수원 정대세(앞)다. 13일 인천 원정에서 PK 골을 성공시킨 정대세가 팀 동료 김은선의 축하를 받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PK 트라우마 씻은 수원 정대세

“PK 자신감 되찾아…더 과감해질 것
공격수라면 2경기 중 한 골은 넣어야
모호한 신분…선수 정대세로 봐달라
분위기 UP…올 해 타이틀 획득 목표”

“두려움? 절박함으로 이겨냈다.”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수원 삼성 공격수 정대세(30)는 빼어난 스트라이커다. 그러나 유독 페널티킥(PK)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일본과 독일 무대를 누빈 과거에도 PK 지점에 서는 걸 달가워하지 않았다. 결정적인 트라우마가 생긴 건 수원 유니폼을 입고 난 뒤다. 데뷔 시즌인 작년 4월 가시와 레이솔(일본)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홈경기였다. 무려 두 번이나 PK를 실축했고 수원도 2-6으로 대패했다. 비난은 엄청났다. 이후 그는 PK를 더 기피하게 됐다.

그로부터 1년여가 흘렀다. 13일 인천 유나이티드와 K리그 클래식 8라운드 원정경기.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PK 지점으로 성큼성큼 걸어온 정대세는 인천 수문장 권정혁의 방어벽을 뚫고 상대 골망을 출렁였다. 가슴 속 응어리가 말끔히 사라진 순간. 9일 전남 드래곤즈와의 홈 대결에선 자신이 얻어낸 PK 찬스를 “내가 못 차겠다”며 주장 염기훈에 넘겼던 그다. 인천전은 정대세가 PK에 대해 잃었던 자신감을 되찾았음을 보여줬다. 정대세는 16일 스포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를 위해서라도 (PK 트라우마를) 가능한 빨리 떨쳐야 한다”고 밝혔다.


● 이제 이기적인 공격수가 될 터


-PK를 놓고 전남과 인천전에서 전혀 다른 선택을 했다.

“작년 (가시와전에 대한) 기억이 여전히 남아있다. 솔직히 징크스까지는 아닌 것 같고 그냥 과감하게 킥을 하면 되는데 생각과 달리 쉽지 않다. 인천 원정은 마음을 먹고 나왔다. 내가 얻은 PK는 이제 직접 처리하겠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욕심을 내겠다는 의미인데.

“자신감이 필요했다. 앞으로 갈 길이 더욱 길다보니 과감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두려움을 떨치려 했다. 절박감으로 이겨냈다. 표현이 이상할지 몰라도 앞으로는 좀 더 이기적인 플레이를 하겠다.”


-그런데 득점이 조금 부족하다.

“맞다. 8경기에서 2골 1도움에 그치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선에 한참 부족하다. 공격수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득점을 해야 한다. 그게 본인도, 팀도 사는 법이다. 어떻게든 마무리해야 한다.”


-어느 정도가 원하는 수준인지.

“좋 은 공격수는 2경기 중 한 골은 넣을 수 있어야 한다. 최소 절반 이상의 확률을 보여야 팀도 이길 수 있다. 시즌 초반 골이 계속 안 터질 때 벤치가 날 투입해주는 게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는 큰 부담이었다. 넣을 땐 넣어야 한다. PK 골도 환영이지만 특히 인(In) 플레이 득점이 많아야 한다.”

정대세는 작년 2월 센트럴코스트와 챔피언스리그 원정 경기가 열린 호주 고스포드에서 2013시즌 목표로 ‘정규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제패’를 얘기했다. 개인 목표도 15골 이상이라고 분명히 했다. 그러나 모두 이루지 못했다. 10골(2도움)에 그쳤고, 수원은 조별리그 탈락과 함께 아시아 클럽 무대 토너먼트에 진입하지 못했다. 심지어 정규리그에서도 5위에 그쳐 올해 챔피언스리그에도 나서지 못했다. 다행히 올 시즌 출발은 그리 나쁘지 않다. 4승2무2패(승점 14)로 단독 2위다. 서서히 살아난 정대세도 모처럼 웃는다.


● 수원의 진짜 도전


-놓친 챔피언스리그가 아쉽겠다.

“한이 많은 무대다. 계속 생각하면 뭐하나 싶다가도 마음은 책임감을 느낀다. 생각도 많아지고. 해트트릭처럼 한꺼번에 골을 몰아치는 것도 즐겁지만 정말 팀이 절실할 때 한 방을 많이 만들고 싶다. 분위기를 살리는 그런 골 말이다.”


-용병과 토종 선수의 묘한 경계에 있는데.

“인정한다. 신분을 신경 쓰려 하지 않지만 가끔 모호할 때가 있다. 내가 골을 못 넣으면 용병, 득점하면 똑같은 한국 선수처럼 되는 그런 것? 주변에서 바라보는 정대세와 내가 보는 정대세는 여전히 다른 것 같다.”


-오는 주말 울산 현대 원정에 이어 FC서울과의 슈퍼매치가 예정돼 있다.

“정 말 중요한 게임이다. 확실히 선두권을 향하느냐의 기로에 있다. 요즘 우리가 무실점에 연승 행진인데 분위기가 아주 좋다. 올해는 타이틀 하나는 가져오고 싶다. 작년 첫 슈퍼매치에서 퇴장당한 뒤 이후 게임에선 나름대로 나쁘지 않은 플레이를 했다. 기대가 정말 크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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