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포화와 해외 기업과의 경쟁 심화 등으로 한국 스마트폰 산업 위기론이 조금씩 대두되고 있다. 2분기 이동통신사의 장기 영업정지 여파로 된서리를 맞으면서 심각한 생존위기를 겪고 있는 팬택.
국내외 시장 포화…중국 제조사까지 가세
2분기 이통3사 영업정지…팬택에 직격탄
삼성전자, 중국 저가제품 영향 재고량 늘어
국내 ICT기업, IoT 등 새 먹잇감 찾기 안간힘
세계 시장을 호령하던 한국 스마트폰 산업의 위기론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글로벌 1위 스마트폰 제조사 삼성전자가 2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했고, 생존위기를 맞은 팬택도 결국 법정관리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외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다다르면서 성장률이 크게 둔화된 데다, 중국 제조사 등이 가세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이에 따라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은 앞 다퉈 웨어러블(입는) 기기를 포함한 사물지능통신(IoT) 등 새 먹을거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 팬택, 결국 법정관리 수순 밟나
먼저 국내 시장은 포화상태로 점차 그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 여기에 지난 2분기 이동통신 3사가 역대 최장 기간 영업정지 철퇴를 맞으면서 시장은 더욱 얼어붙었다. 이 여파로 대부분 내수시장에 의존해 온 팬택은 된서리를 맞았다. 2월 기업재무구조개선(워크아웃)에 돌입했다. 팬택 채권단이 최근 이동통신사의 1800억원 출자전환 참여를 조건으로 한 경영정상화 방안을 결의했지만, 이통 3사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이에 따라 팬택은 결국 법정관리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아직 방향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팬택의 위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팬택은 국내 벤처 신화다. 그동안 여러 번 위기를 맞았지만 경영진의 위기관리 능력과 함께 탄탄한 기술력으로 잘 극복해 왔다. ‘베가’ 시리즈를 앞세워 스마트폰 시장에도 연착륙하는 듯 했다. 하지만 지난 이통사 영업정지 기간에 가장 큰 타격을 받았고, 결국 벼랑 끝에 섰다. 업계에선 팬택의 생존을 도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팬택이 주저앉을 경우 인력이동과 그에 따른 해외 기술 유출 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2005년 중국 기업에 인수됐다가 또 다시 인도기업에 팔리면서 기술유출 의혹을 받은 쌍용차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 삼성전자 2분기 ‘어닝쇼크’
해외 시장 전망도 밝지는 않다. 시장 조사 업체들에 따르면 올해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증가하지만 그 성장률은 큰 폭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이 뿐 아니다. 해외 경쟁업체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특히 중국이 중저가 제품으로 내수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걸면서 삼성과 LG전자 등을 위협하고 있다. 모토로라 인수로 날개를 단 레노버는 물론 화웨이, 샤오미 등이 스마트폰 시장 주도권 싸움에 나섰다.
이 여파는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2년 만에 영업이익이 8조원 아래로 떨어진 2분기 실적을 최근 잠정 공시했다. 원화강세가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지만, 전체적으론 ‘갤럭시S5’ 등 스마트폰 사업 부진의 결과였다. 특히 중국에서 기업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재고가 많이 쌓였고,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마케팅 비용이 급격히 치솟았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문제는 이것이 일시적 현상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측은 3분기 환율변동과 재고에 따른 마케팅비 증가의 영향은 미미할 것이고, 하반기 신제품 출시 등으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선 애플의 신제품 출시와 함께 호시탐탐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까지 넘보고 있는 중국 기업들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기는 결코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yke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