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 공습에 대비한 ‘웃찾사’의 생존 키워드…공감과 힐링

입력 2014-08-08 11: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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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에 불타오르는 건 클럽만이 아니다. 지상파와 케이블이 펼치는 금요일 심야 예능 전쟁도 이제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서 어느때보다 치열한 '불금'이 될 전망이다. 이런 추세는 최근 유재석의 KBS2 '나는 남자다'가 금요일 심야 시간대에 들어오면서 더욱 뜨거워 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재석을 잡을 자신감이 있다"고 선언한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의 패기가 주목을 받고 있다. 2000년대 초반 SBS 코미디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웃찾사'는 영욕의 세월을 거쳐 더욱 단단해진 모습으로 개그맨 선배인 유재석 맞이를 준비 중이다.

'웃찾사'의 선언에 누리꾼들은 "아직도 하고 있는거냐", "재미가 없어서 보지 않았었다" "'웃찾사'가 어떻게 유재석을 이기느냐"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이들 중 '웃찾사'가 언제 방송되는지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새로 시작된 금요일 밤 예능 전쟁 전 '웃찾사'에 재입문 하고자 하는 시청자들을 위해 대표 코너 4개를 먼저 소개해 본다.




● 아저씨-익숙한 소재, 기묘한 비틀기

이동엽, 김정환, 김승진이 만든 아저씨라는 코너는 사냥꾼에게 쫓기는 사슴을 도와주려는 나무꾼의 이야기를 다룬다. 어느 동화에서 읽은 듯한 이 이야기는 나무꾼이 도와주려고 할 때마다 사슴은 더욱 큰 곤경에 처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통해 웃음을 주고 있다.

특히, 현재 '웃찾사'에서 고참급에 속하는 이동엽이 암컷 사슴을 연기하면서 나무꾼 아저씨를 원망할 때 내뱉는 '웃어?', '좋아 죽네?'라는 거친 대사들도 그동안 많은 콩트에서 익히 차용된 전개임에도 가벼운 웃음을 띌 수 있게 한다.


● 체인지-'두근두근'과는 180도 차별화된 매력

KBS2 '개그 콘서트'의 '두근두근'은 장효인-이문재가 친구에서 연인이 되어 가는 과정을 아슬아슬하게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웃찾사'의 '체인지'는 남자들은 모르는 여자어(語)를 개그맨 장홍제의 입을 통해 전달한다. '두근두근'이 솔로를 탈출하려는 이들을 위한 코너였다면 '체인지'는 이미 솔로를 탈출한 커플들을 위한 연애 지침서인 셈이다.

남성 관객들은 옆의 내 여자친구를 이해하고, 여성 관객들을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크게 공감할 수 있는 '체인지'는 웃음은 물론 당신이 연애에도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해줄 것이다.




●아후쿵텡풍텡테-그들 앞에서 함부로 궁시렁 대지 마라!

'웃찾사'가 보여준 최근의 가장 큰 변화는 시청자들도 흔히 겪을법한 현실적인 상황에서 웃음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그동안 기괴한 분장이나 유행어를 겨냥한 반복 개그에 질려 떠나간 시청자들이 서서히 돌아온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강재준, 김정환, 최백선, 최충호가 만들어 낸 아후쿵텡풍텡테라는 코너는 이런 '웃찾사'의 변화를 가장 잘 대변한 코너다. 회사, 경찰서, 야구장, 가정 등 곳곳에서 일어나는 억울한 상황 속에서 무심코 궁시렁거린 말들은 이 코너에서 전 출연진을 경악시키는 단어로 발전한다.

이에 강재준과 최백선은 "자네가 나한테 아후쿵텡풍텡테라는 말을 할 수 있어?", "어디 아버지한테 아후쿵텡풍텡테라는 말을 하느냐"고 김정환을 나무란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김정환과 시청자들은 "아후쿵텡풍텡테가 도대체 뭔데?"라는 궁금증과 함께 쉴틈없는 웃음을 지을 수 있다.


●LTE 뉴스-형님뉴스보다 강해진 '웃찾사'의 시사 개그


'웃찾사'의 연출을 맡은 이창태 국장은 지난 간담회에서 "이제 강한 분장으로 웃길 수 있는 시대는 아니다. 지금 우리의 대한민국은 녹록치 않기 때문에 공감을 얻을 수 있고 시청자들을 힐링 시킬 수 있는 코미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이창태 국장의 지침을 가장 많이 내려 받은 코너가 LTE뉴스다. 핵심만 간단히 전달한다는 콘셉트로 기획된 이 코너는 "이왕 할거면 확실하게 하자"는 이 국장의 방침에 따라 더 강해지고 독해졌다.

LTE뉴스는 이런 지원에 힘입어 민감한 사회, 정치, 문화 등 전 분야를 진지하고 강하게 다루고 있다. 특히 강성범을 통해 전해지는 강력한 시사풍자는 SBS 8뉴스 김성준 앵커의 클로징 멘트보다 더 속이 시원하다.

사진제공│SBS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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