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건영통신원의 네버엔딩스토리] 다승왕 후보 페랄타…누가 예상했으랴

입력 2014-08-14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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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워키 투수 윌리 페랄타

6년간의 무명 설움 끝에 2012년 ML 입성
2013년 선발진 합류…11승 성공적 데뷔

올해 4선발로 출발…다승 공동 1위 우뚝
몸값 5억원…ML 최저 연봉 투수의 반란

밀워키 브루어스의 돌풍이 거세다. 지난 시즌 내셔널리그 챔피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비롯해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신시내티 레즈 등 강호들을 제치고 줄곧 중부지구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13일(한국시간) 현재 66승54패(승률 0.550)로 피츠버그에 1.5게임차 앞서 있다. 잠시 고비는 있었다. 올스타 브레이크 직전 7연패의 수렁에 빠지는 등 12경기에서 10패나 당하며 카디널스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한 것. 하지만 투수진이 안정을 찾은 후반기에 다시 단독 선두로 치고 올라가 포스트시즌 진출에 청신호를 밝히고 있다.

이처럼 브루어스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배경에는 어지간한 메이저리그 골수팬에게도 낯설게 여겨지는 우완투수 윌리 페랄타(25)의 분전이 결정적이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으로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11세 때까지 야구공 대신 레몬을 던지며 메이저리거의 꿈을 키웠던 그는 올 시즌 브루어스의 4선발로 출발했지만 내셔널리그 다승왕 경쟁을 이끌며 팀의 에이스로 당당히 발돋움했다.


● 무명의 설움

페랄타는 1989년 5월 8일 도미니카공화국의 사마나에서 태어났다. 메이저리그를 주름잡은 스타플레이어를 동경하며 자랐지만 글러브는커녕 야구공도 구경할 수 없을 만큼 형편이 어려웠다. 레몬 대신 야구공을 처음 만져 본 것은 수도 산토도밍고로 이주하고 나서였다. 브루어스와 계약을 맺은 것은 17세 때인 2006년이었다. 삼촌에게 야구를 배웠지만 체격만 좋았을 뿐 기본기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오랜 기간 마이너리그를 전전했다. 게다가 2007년에는 단 한 경기에도 출전하지 못했고 2010년에야 더블A로 승격할 수 있었다. 아무도 그를 유망주로 꼽지 않았다.


● 메이저리그 입성

2011년 더블A와 트리플A에서 뛴 페랄타는 이듬해 스프링캠프에서 론 레니키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선발 요원 카메론 로 대신 4월 22일 메이저리그 승격을 통보 받았다.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경기에 구원투수로 등판했지만 1이닝 동안 3피안타 1실점으로 호된 신고식을 치른 후 다시 트리플A 내슈빌로 내려갔다. 마이너리그에서 28경기에 선발로 나섰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7승11패에 방어율이 4.66이나 됐다. 전해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우승을 차지한 것과는 달리 포스트시즌 진출이 사실상 좌절되자 브루어스는 40인 로스터 확장 때 콜업한 페랄타에게 기회를 부여했다. 생애 첫 선발등판인 9월 6일 마이애미 말린스전에서 페랄타는 6이닝 3실점으로 감격의 승리를 따내는 등 5경기에서 2승1패(방어율 2.48)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 루키 10승 투수

2013년 당당히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지만 시즌 초반에는 5점대 이상의 방어율을 보이며 메이저리그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6월까지 성적은 5승9패에 방어율이 5.58이나 됐다. 하지만 레니키 감독은 기복이 심한 페랄타를 꾸준히 선발로 기용했다. 7월 10일 신시내티 레즈와의 홈경기에서 마침내 페랄타가 사고를 쳤다. 이전 두 차례 대결에서 모두 패배를 당한 레즈 타선을 맞아 무실점으로 생애 첫 완봉승을 따내는 기쁨을 누린 것. 이 경기에서 레즈는 추신수를 비롯한 3명만이 단 한 개씩 안타를 치는 데 그치며 0-2로 무릎을 꿇었다. 9월17일 시카고 컵스전에서 10승 고지에 오른 페랄타는 11승15패(방어율 4.37)로 비교적 성공적인 루키 시즌을 마쳤다.


● 환상의 궁합

13일 시카고 컵스전에 선발등판해 6.1이닝 3실점으로 호투했지만 팀이 0-3으로 패해 시즌 7패째를 안았다. 그럼에도 페랄타는 내셔널리그 다승 부문에서 14승으로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3연승을 달리며 기분 좋게 시즌을 출발했지만 5월까지는 2점대 방어율을 기록하고도 4승5패에 그쳤다. 이 때만 해도 페랄타가 다승 경쟁에 뛰어들 것이라고는 그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6월부터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5차례 등판에서 월간 방어율이 4.22나 됐지만 팀 타선의 도움으로 모조리 승리를 챙긴 것이다. 7월도 마찬가지였다. 방어율 4.80을 기록하고도 3승이나 더 거뒀다. 7월 9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서 4.1이닝 9실점으로 무너지며 시즌 6번째 패배를 당한 후 최근 5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이 기간 33이닝을 던져 내준 실점은 6점에 불과해 방어율은 1.34에 불과했다. 올 시즌 23번 선발로 나선 페랄타가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한 것은 15번에 불과하지만 14승이나 올렸다. 메이저리그 통산 140승에 빛나는 팀 동료 카일 로시는 17번 퀄리티스타트를 했지만 11승에 거두는 데 그쳤다. 페랄타와 퀄리티스타트 숫자가 같은 요바니 가야르도는 6승(6패)밖에 올리지 못했다. 얼마나 팀 타선의 도움을 많이 받았는지 드러나는 대목이다.

● 라이벌 킬러

페랄타의 성적이 더욱 돋보이는 것은 같은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에 속한 팀들을 상대로 압도적인 활약을 펼쳤다는 점이다. 최대 난적 카디널스를 상대로 3경기에 등판해 모두 승리를 따내며 방어율 1.35를 기록했다. 이밖에 파이어리츠를 상대로 1승(방어율 1.29), 레즈를 맞아서는 2승 무패(방어율 0.60)라는 놀라운 성적을 올렸다. 페랄타가 라이벌들과의 대결에서 압도적인 기록을 냈기에 브루어스가 선두권을 유지하는 뒷받침이 된 것이다. 옥에 티는 지구 꼴찌인 시카고 컵스와의 대결에서는 참담한 성적을 냈다는 점이다. 이날까지 3경기에 선발등판해 3패를 당했고, 19이닝 동안 무려 12점이나 내줘 방어율이 5.68이나 된다.

페랄타가 리그 정상급 투수로 발돋움한 배경은 땅볼 유도가 많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8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 6.2이닝 1실점으로 승리를 거뒀는데, 잡아낸 20개의 아웃카운트 중 9개가 삼진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땅볼로 아웃을 잡아냈다. 올 시즌 플라이볼이 땅볼보다 많은 경기는 4차례뿐이다. 페랄타의 연봉은 51만5000달러(약 5억3000만원). 메이저리그 최저 수준의 연봉을 받고 있지만 다승왕 경쟁을 펼치고 있다. 페랄타의 거침없는 행보는 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여겨지고 있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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