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원 “발 연기로 칸에 가게 되다니…”

입력 2014-08-19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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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를 너무 못 하는 연기자는 ‘발 연기’라며 조롱을 받는다. 하지만 가수 겸 연기자 장수원은 “매도 빨리 맞는 게 나았다”며 다행으로 여겼다. ‘발 연기’를 무기로 ‘대세’들만 찍는다는 이동통신 광고까지 섭렵했다. 스포츠동아DB

■ 폭소탄 발연기로 제2 전성시대

그룹 ‘젝키’ 출신…90년대 10대의 우상
KBS ‘사랑과 전쟁’ 로봇연기로 뭇매
이통사 발로미 CF 330만 조회 전화위복
광고사 “200만 조회 넘으면 칸 보내준다”


“‘발 연기’로 프랑스 칸에 가는 시대가 오다니! 하하하!”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연기를 너무 못해 ‘발 연기’라는 비난을 받으며 논란의 중심에 서더니, 이제는 ‘발 연기’로 CF까지 찍었다.

최근 한 이동통신사의 온라인 광고 ‘발로 미’에 출연한 가수 겸 연기자 장수원(34)의 이야기다. 광고 속 장수원은 경직된 표정과 어색한 말투로 누리꾼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누리꾼들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발 연기의 대가”라며 흥미를 드러냈고, 해당 광고는 18일 현재 조회수 330만건을 넘어섰다. 공개 당시 해당 광고사는 조회수 200만건을 넘으면 장수원에게 프랑스 칸에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영화제나 광고제 같은 곳에 가는 줄 알았다. 말 그대로 칸에 가서 ‘인증샷’만 찍고 오는 거다.”

환하게 웃는 그의 표정 한 켠에서는 여전히 얼떨떨함이 묻어난다.

장수원은 ‘한때’ 10대의 우상이었다. 1997년대 그룹 젝스키스로 활동하며 소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활동 당시에도 다른 멤버들에 비해 ‘조금 더’ 잘 생긴 외모와 신비로운 이미지로 사랑받았던 그가 어떻게 그리도 ‘한 순간에 망가진 것’일까.

“처음에 CF 제의가 들어왔을 때 장난인 줄 알았다. 통신사 광고는 당대 최고의 스타들만 출연하니 말이다. 게다가 ‘발 연기’로 광고를 찍으라니, 누가 믿겠는가. 아무리 패러디라고 해도 광고주도 무리수를 던진 것 같았다. CF감독이 ‘이렇게 연기를 잘 하면 안 된다’고까지 했다. 더 뻣뻣하게, 더 어색하게 연기하라고 주문하더라.”

장수원은 높낮이 없는 목소리와 미동 없는 표정으로 ‘로봇 연기’로까지 불렸다. 사진출처|광고 화면 캡처


장수원은 지난해 방송한 KBS 2TV ‘사랑과 전쟁’에 출연해 국어책을 읽는 듯한 말투와 로봇처럼 행동해 ‘발 연기’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는 당시를 돌이키며 “평생 먹을 욕을 다 먹은 것 같다”고 했다.

“핑계를 대자면, 촉박하게 흘러가는 현장에 적응 못하기도 했다. 나도 연기를 못한다는 걸 느끼기도 했지만 그 정도일 줄 정말 몰랐다. 아이돌 출신 연기자 중에서 잘 하는 친구들과 못하는 나, 이렇게 나뉘었다. 씁쓸했다.”

그래도 스스로를 위로하는 그는 “오히려 연기를 오래 준비하고 질타를 받았다면 더 힘들었을 것이다”고 말한다. 그만큼 준비도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애써 숨을 돌린다. 그리고 “매도 빨리 맞는 게 낫다고, 처음부터 비난을 받아 다행”이라며 “이제 시작했으니 불러만 주면 언제든지 도전할 것이다. 이번엔 꼭 준비를 많이 하겠다!”는 다짐을 힘찬 목소리로 전했다.

그런 장수원을 곁에서 응원해 주는 이들 가운데 젝스키스의 멤버들이 있다. 특히 강성훈은 “이제야 장수원의 진짜 모습을 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강성훈은 아예 인터뷰 장소에 나타나 장수원과 여전히 두터운 우정을 과시했다. 그만큼 젝스키스 멤버들은 서로 자주 만남을 갖고 대화를 나눈다. 아이돌 1세대 출신다운 자부심도 크다.

그런 그들을 한 무대에서 다시 볼 수 있을지 물었다.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아 섣불리 결정을 못하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선 과거의 명예를 되찾은 행복감과 동료들과 쌓아온 우정이 빛을 발할 또 다른 무대에 대한 설렘이 묻어났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ngo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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