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총 황제’ 진종오(kt)의 강원사대부고 재학 시절 스승인 고 김명권 감독은 마라톤 풀코스 완주, 한겨울 얼음물 입수 등 혹독한 훈련으로 제자를 단련시켰다. 진종오는 “그 덕에 강한 정신력을 갖게 됐다”고 회상한다. 사진은 고교 2학년 때의 진종오(뒷줄 오른쪽 3번째)와 고 김명권 감독(뒷줄 오른쪽 끝). 사진제공|고 김명권 감독의 형 김명석 씨
늦은 입문에도 故 김명권감독 덕에 정상에
24일은 진종오(35·kt)의 생일이었다. 그는 2014인천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10m 공기권총 단체전 금메달과 개인전 동메달을 목에 건 뒤 선수촌을 나와 고향 춘천에 머물고 있다. ‘롤 모델’의 생일에 2관왕 김청용(17·흥덕고)도 축하인사를 전했다. 진종오는 “챔피언답게 즐기되, 네가 있어야 할 곳은 사격장이니 방송에 너무 빠지진 말라”고 애정 어린 조언을 건넸다.
‘권총황제’에게도 김청용과 같은 고교시절이 있었다. 진종오는 강원사대부고 재학 중 자신을 지도했던 고(故) 김명권 감독을 떠올렸다. 그의 사격 입문은 남들보다 늦었다. 고교 1학년 때 본격적으로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김 감독 덕분에 남다른 멘탈을 갖게 됐다.
당시 강원사대부고는 지독한 훈련으로 유명했다. 선수들은 한 겨울 소양강댐 근처에서 8km를 뛴 뒤 소양호에 입수하기도 하고, 춘천마라톤 풀코스를 ‘악으로, 깡으로’ 완주하기도 했다. 진종오는 “당시엔 사격선수가 이런 훈련을 왜 하나 싶었다. 하지만 그 과정을 버티고 보니, 어떤 상황에서도 의연함을 유지하는 정신력이 생겼다”고 회상했다.
이런 일화도 있다. 김 감독은 고교생 진종오를 차디찬 눈밭으로 몰고 가, 매몰차게 구르기를 시켰다. 손가락은 한기 때문에 퉁퉁 부었다. 그 모습을 본 김 감독은 “사격선수가 겨울에 장갑도 끼지 않고 밖에 나오느냐”며 호통을 쳤다. 총잡이에게 생명과도 같은 손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것이다. 진종오는 “사소한 것부터 완벽함을 추구하셨다. 말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체험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신 분이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교훈들을 가슴에 새기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올 2월 11일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등졌다. 진종오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잠시 훈련도 제쳐두고 스승의 상을 챙겼다. 발인 때 영정사진을 든 사람도 바로 진종오였다.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둔 그는 금메달을 스승의 영전에 바치겠다는 각오였다. 비록 개인전에선 정상에 오르지 못했지만, 결국 단체전 금을 선사하게 됐다. 진종오는 “춘천IC를 빠져나가는 길목에 감독님의 납골당이 있다. 조만간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겠다”며 옛 스승을 추모했다.
인천|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