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추억] 강병철 “1984년 최동원 KS 4승은 기적”

입력 2014-10-20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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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롯데 최동원(왼쪽 사진)은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홀로 4승(1패)을 올리는 철완을 과시하며 가을의 전설을 만들었다. 7전4선승제의 포스트시즌에서 4승 투수는 세계 야구사에서 유일하다. 당시 롯데 강병철 감독(오른쪽 사진)은 그때를 돌이키면서 “30년 전 일이지만 어제처럼 생생하다”고 추억했다. 스포츠동아DB

1. 강병철 감독이 말하는 ‘1984년 최동원 KS 4승’ 신화

가을은 추억의 계절이다. 1982년 출범한 한국프로야구도 가을에 수많은 전설과 신화가 탄생했다. 스포츠동아는 한국야구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잊을 수 없는 가을잔치의 명승부, 명장면들을 팬들과 함께 다시 한번 더듬어보기 위해 포스트시즌 기간 동안 ‘가을의 추억’을 연재한다. 전설의 주인공과 조연들의 기억과 증언을 통해 역사적 순간들을 재조명한다.


5경기 등판 ‘4승1패’ 방어율 1.80 기록
삼성전 압도적 전력차 뒤집고 우승 일조

강병철 “7차전 동원이가 선발 등판 자청
벌써 30년 흘렀지만 늘 고맙고 안타깝다”

“벌써 30년이 흘렀지만, 지금 생각해도 (최)동원이한테 고맙고 안타깝고 그렇지.”

강병철(68) 전 롯데 감독은 가을만 되면 그날의 기억을 더듬는다. 그가 굳이 기억하지 않으려 해도, 언론과 팬들이 당시의 추억을 소환한다.

1984년 롯데와 삼성의 한국시리즈. 승부 자체도 드라마였지만 ‘철완’ 최동원의 전설이 탄생한 시리즈였다. 거짓말 같은 한국시리즈 4승으로 롯데를 우승 고지에 올려놓았다. 5경기에 등판해 4승1패를 거뒀다. 무려 40이닝을 던져 8자책점으로 방어율 1.80을 기록했다.

당시 롯데는 후기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객관적인 전력은 삼성에 미치지 못했다. 전기리그 우승을 차지한 삼성은 한국시리즈 파트너로 껄끄러운 OB를 피하기 위해 시즌 막판 ‘져주기 경기’를 하면서까지 롯데를 선택했을 정도였다. 그해 페넌트레이스 27승을 거두며 다승왕에 오른 최동원이 무서웠지만, 누가 봐도 승산은 삼성 쪽에 있었다.

강 감독은 “사실 롯데 입장에서는 우승보다는 지방에서 열리는 4경기(1∼2차전 대구, 3∼4차전 부산)에서 끝나면 안 된다, 그래도 서울(5∼7차전)까지는 가야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었다. 그만큼 전력 차이가 났다. 최동원을 1·3·5·7차전에 낼 계획을 세웠지만 동원이가 그렇게까지 해줄지는 몰랐다”고 당시 기억을 더듬었다.

최동원은 일당백이었다. 9월 30일 1차전(대구구장)에 선발등판해 4-0 승리를 이끌며 한국시리즈 최초의 완봉승 투수가 됐다. 그리고 이틀을 쉰 뒤 10월 3일 3차전(구덕구장)에 선발등판해 당시 한국시리즈 기록인 12탈삼진(선발타자 전원 탈삼진)을 뽑아내며 3-2 완투승을 거뒀다. 4차전까지 2승2패.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서울로 올라온 롯데는 다시 이틀을 쉰 최동원을 10월 6일 5차전(잠실구장)에 선발등판시켰다. 그러나 최동원은 2-3으로 완투패를 당하고 말았다.

최동원이 무너진 이상 롯데로서는 절망적이었다. 강 감독은 10월 7일 열린 6차전(잠실구장)에 대해 “솔직히 마음을 비웠다. 그런데 선발 임호균이 호투하면서 역전을 해 최동원을 5회부터 투입하게 됐다”고 돌이켰다. 롯데는 4회말 3점을 뽑아내며 3-1로 역전에 성공했고, 5회부터 구원등판한 최동원이 나머지 5이닝을 6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6-1 승리를 거둔 것이었다.

그런데 10월 8일 열릴 예정이었던 7차전(잠실구장)이 비로 하루 뒤로 밀렸다. 하루라도 휴식을 취하지 못했다면 아무리 연투능력이 뛰어나고 강철 어깨를 자랑하는 최동원이라도 7차전 선발등판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운명의 7차전. 삼성이 2회말에 1사만루서 배대웅의 내야땅볼과 송일수의 2타점 적시타로 3-0으로 앞서나갔다. 롯데는 3회초 김재상의 중전 적시타로 1점을 만회했지만, 6회말 오대석이 최동원을 상대로 좌월 솔로홈런을 날리면서 4-1로 달아났다. 그러나 7회초 2점을 뽑아 4-3으로 추격한 롯데는 8회초 유두열이 역전 3점홈런을 날리면서 6-4 승리를 거두고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최동원은 7차전 완투승으로 전무후무한 한국시리즈 4승을 거뒀다.

“야구장에 갈 때까지만 해도 최동원은 7차전에 선발로 나갈 계획이 없었다. 다만 우리가 7회 이후 리드를 잡는 상황이 오면 마지막에 던지기로 했다. 그런데 야구장에 도착했더니 동원이가 ‘뒤에 대기하는 것보다 차라리 앞에서 던져보겠다’고 하더라.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는 요즘 야구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감독으로서도 고맙고, 선수들도 모두 동원이한테 고마워했다. 동원이가 하늘로 먼저 갔지만 아직도 그날만 생각하면 마음이 짠하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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