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 분데스리가] 구자철 골 세리머니 침묵…왜?

입력 2015-03-20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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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철. 스포츠동아DB

獨 안착 도와준 친정팀 아우크스에 대한 예의
벤 하티라 ‘스파이더맨 가면’ 세리머니도 화제

2014∼2015시즌 독일 분데스리가도 팀당 9경기밖에 남지 않았다. 시즌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초점은 바이에른 뮌헨이 몇 라운드에서 우승을 확정할지, 매 시즌 중하위권을 맴돌던 묀헨글라드바흐와 아우크스부르크는 유럽클럽대항전에 진출할 수 있을지, 2부리그 강등팀은 어디가 될지에 맞춰져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주말 열린 25라운드는 경기결과 만큼이나 특별한 세리머니들로 화제를 모았다. 구자철(마인츠·사진)과 아니스 벤 하티라(헤르타 베를린)가 주인공이었다. 아우크스부르크 원정경기에 나선 구자철은 전반 21분 교체로 투입돼 후반 44분 상대 수비수를 제치고 왼발 슛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이 골로 마인츠는 2-0 승리를 거뒀다. 구자철에게는 7개월만의 골이었다. 기쁜 마음을 화려한 세리머니로 표현할 수도 있었지만, 구자철은 침묵을 지켰다. 친정팀에 대한 일종의 예의였다.

구자철에게 아우크스부르크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팀이다. 2011년 1월 제주 유나이티드 소속이던 구자철은 볼프스부르크에 입단해 처음 독일무대를 밟았지만,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러던 구자철에게 도약대을 제공해준 팀이 아우크스부르크였다. 2012년 1월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돼 1년 반 동안 36경기에 출전해 8골·4도움을 기록하며 독일무대에 안착할 수 있었다. 마인츠가 2년 동안의 구애 끝에 구단 역사상 최고액 이적료로 구자철을 영입한 것도 당시 활약상 덕분이었다.

구자철 못지않게 화제의 중심이 된 선수는 ‘스파이더맨’ 세리머니를 펼친 벤 하티라였다. 그는 샬케04와의 홈경기에 선발출전해 전반 21분 골을 뽑았다. 득점 후 벤치 쪽으로 달려간 벤 하티라는 팀 관계자에게서 스파이더맨 가면을 받아 착용했다. 암으로 투병중인 여덟 살 소년 야닉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평소에도 야닉이 입원한 병원을 주기적으로 찾아 우정을 이어가던 벤 하티라는 골을 넣으면 스파이더맨 가면을 쓰기로 약속했고, 야닉이 직접 관전한 샬케전에서 약속을 지켰다. 이 세리머니로 규정에 따라 경고를 받았지만, 감동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경기 후에는 야닉을 불러 함께 운동장 안을 걸으며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사했다.

한편 지난달에는 도르트문트 공격수 피에르 아우바메양이 앙숙 샬케04와의 라이벌전에서 골을 터트린 뒤 팀 동료 마르코 로이스와 함께 배트맨&로빈 가면을 쓰고 세리머니를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도르트문트 구단은 곧바로 배트맨&로빈 가면 세트를 구단상품으로 출시해 큰 판매수익을 냈다.

최근 개막한 K리그도 시즌 초반 관중몰이에 성공하며 매 라운드 이슈를 만들고 있다. 분데스리가처럼 선수들의 의미 있는 세리머니도 이어진다면 더욱 볼거리 풍성한 K리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마인츠(독일)|박종민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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