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랜드 정재홍. 스포츠동아DB
전자랜드 가드 정재홍 사비 털어 LA행
남녀프로농구 각 구단은 새 시즌을 준비 중이다. 매년 프로농구 오프시즌의 훈련은 체력과 웨이트트레이닝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최근에는 추세가 바뀌었다. 이번 오프시즌 훈련의 화두는 ‘기술’이다.
한국농구는 그동안 조직력과 압박수비를 최우선으로 했다. 이를 위해 체력, 조직력 훈련에 집중했다. 그러나 한계가 뚜렷했다. 남자농구대표팀은 2013년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와 2014인천아시안게임에서 필리핀 선수들의 화려한 개인기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여기에 지난해 8월 스페인에서 열린 농구월드컵에서 ‘월드클래스’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국제대회가 전해준 메시지는 분명했다. ‘기술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였다.
자연스레 훈련 풍토가 달라졌다. 3년 전부터 SK만이 성장가능성이 있는 젊은 선수들을 미국으로 보내 스킬 트레이닝 전문가인 제이슨 라이트의 수업을 받도록 한 것과 달리 올해는 삼성, 동부 등이 일제히 스킬 트레이닝에 나섰다.
삼성은 시즌이 끝나기 무섭게 기술 연마를 위해 김준일, 박재현 등 젊은 선수들을 필리핀으로 보냈다. 동부 안재욱, 두경민, 김종범, 허웅은 28일부터 시작된 바스켓볼 트레이닝캠프 참가를 위해 미국 라스베이거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SK는 올해도 어김없이 라이트를 찾는다. 김선형 등 SK 선수단은 다음달 6일 출국한다.
SK 관계자는 “선수들이 몇 주 배웠다고 갑자기 실력이 늘진 않는다. 3∼4년간 꾸준히 선진농구를 배우다보면 발전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선수들의 기술적인 성장이 팀의 미래이자, 한국농구의 자양분이 되지 않겠느냐”고 기술훈련의 긍정적 효과를 기대했다.
2000년대 중반 국내에서 ‘Hip-Hoop’ 열풍을 일으켰던 안희욱 씨에게 지난해부터 개인 트레이닝을 받아온 전자랜드 가드 정재홍은 팀 훈련과 상관없이 사비를 털어 LA로 향해 스킬 트레이닝을 받고 있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도 9일 신지현(하나외환), 김규희(신한은행) 등 10명의 유망주들을 미국으로 보내 2주간 라이트로부터 스킬 트레이닝 연수를 받도록 했다. 리그의 미래를 위해 과감하게 투자하고 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