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화석’ 김병지의 위대한 도전은 ‘진행형’

입력 2015-07-2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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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김병지. 스포츠동아DB

26일 제주와 홈경기 통해 개인통산 700경기 출전 예약
은퇴 고민에 동갑내기 코칭스태프·후배들이 오히려 만류
자신의 출전기록·시간보다 팀의 타이틀에 더 애착 보여


“700경기인데, 무슨 ‘전설’입니까? ‘화석’쯤 되겠네.”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전남 드래곤즈 노상래 감독과 김태영 코치가 동갑내기 친구를 보며 싱긋 웃었다. 이들의 시선 끝에는 골키퍼 김병지(45)가 있었다. 한국프로축구를 대표하는 수문장 김병지가 새로운 역사를 목전에 두고 있다. 무대는 26일 광양전용경기장에서 열릴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정규리그 23라운드 홈경기다.

1992년 울산현대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김병지는 23년여 만에 개인통산 700경기 출전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앞두고 있다. 2012년 10월 7일 경남FC 소속으로 FC서울전에서 600경기 출전을 달성한 이후 2년 9개월여 만이다. 출전시간까지 조절해가며 든든한 베테랑 골키퍼의 700경기 출전을 홈경기에 맞춘 전남도 이번 제주전에서 김병지의 선발 출격을 일찌감치 예고했다.

사실 김병지는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것을 굉장히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주변에서 많이 만류했다. 한창 전성기를 함께한 오랜 친구인 노 감독도, 김 코치도 “뛸 수 있는 한 계속 뛰라”고 친구를 격려했다. 팀 후배들 역시 “(김)병지 형님께서 남아주셔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오랜 시간 한결같은 모습으로 그라운드를 수놓는 대선배의 모습에서 대리만족을 느꼈기 때문이다. 전남 구단도 김병지와의 계약 연장을 당연시 여긴다. 전남 관계자들은 “우리의 영웅이 허탈하게 떠나도록 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묵묵하고 꾸준한 노력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담배와 술은 일절 입에 대지 않는다. 단조로우면서도 철두철미한 자기관리의 힘이 컸다. 물론 20~30대 한창 때에 비해 킥의 정확도와 세기가 다소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동물적 반사신경이나 볼 처리 타이밍은 여전히 기가 막히다.
김병지의 목표는 단순히 개인기록을 늘려가는 것이 아니다. 주변에서 종종 얘기하는 800경기나 777경기 출전은 그에게 별 의미가 없다. 오히려 팀의 타이틀이 그립다. 전남이 올 시즌 1차 목표로 삼은 스플릿시스템 상위리그(1~6위) 진입과 FA컵 우승이다.

김병지는 “나이도, 기록도 숫자에 불과하다. 솔직히 멀리 바라볼 처지도 아니다”며 “다만 우리 팀이 가야 할 방향과 비전은 분명하다. 주변에서 우릴 보고 ‘까다롭다’고 평가한다. 쉽지 않은 경쟁력을 갖춘 팀이 됐다. 최선의 결과로 올해를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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