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가능한 기록일까?’ 몇차례나 좌절도…

입력 2015-08-04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KB금융그룹 박인비. 스포츠동아DB

■ 박인비, 집념으로 이룬 새역사

브리티시오픈 두번 실패로 얻은 ‘인내’
강한 바람·최악 컨디션 극복의 힘으로
“많은 것 이겨내고 이룬 꿈, 더 값지다”

두 번의 실패, 그러나 박인비(27·KB금융그룹)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세 번째 도전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박인비의 집념과 의지가 만든 역사였다. 박인비는 올 초부터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3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HSBC위민스챔피언십 우승 뒤에도, 6월 KPMG위민스PGA챔피언십에서 3년 연속 우승이라는 기록을 세웠을 때도 다음 목표는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이라고 밝혔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향한 자신만의 주문이었다.


● “좌절도 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박인비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앞두고 2번이나 브리티시여자오픈 사냥에 실패했다. 2013년에는 나비스코챔피언십을 시작으로 웨그먼스LPGA챔피언십, US여자오픈까지 메이저대회 3연속 우승을 차지한 뒤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그랜드슬램을 노렸지만 아쉽게 실패했다.

그랜드슬램이라는 대기록을 놓친 박인비는 1년 뒤 다시 브리티시여자오픈 무대에 섰다. 이번에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노렸다. 4라운드 9번홀까지 2위에 2타 앞선 선두였기에 기록 달성이 예상됐다. 그러나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라는 무거운 짐은 박인비를 주저앉게 했다. 10번홀부터 샷 난조가 시작됐고, 더블보기와 보기를 쏟아낸 끝에 우승은 또 다시 그를 외면했다.

두 번의 실패는 그를 좌절하게 만들었다. 박인비는 “(두 번의 실패 뒤)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정말 어려운 일이고 벽이 더 높아보였다. 그러면서 몇 번의 좌절도 했고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기는 한가’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멀게만 바라봤다.

이번에도 상황은 좋지 않았다. 박인비는 “대회를 앞두고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샷 감각도 기대했던 만큼 따라오지 못했다”며 걱정했다. 게다가 최근 성적도 기복이 심했다. 6월 KPMG위민스PGA챔피언십 우승 이후 월마트NW아칸소챔피언십에서 시즌 처음 컷 탈락하는 부진을 겪었다. 이어진 US여자오픈(공동3위)과 마라톤클래식(공동8위)에서는 다시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는 듯 했지만 브리티시여자오픈을 앞두고 열린 마이어클래식에서 공동 44위에 그치는 등 또 다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최근엔 등 부위에 자주 근육이 뭉치는 등 부상도 뒤따랐다.

하지만 박인비에게 포기는 없었다. 그는 계속해서 문을 두드렸고 마음을 비우니 꿈이 이루어졌다. 박인비에게 대회 전 일어난 컨디션 난조는 오히려 부담을 덜어주는 계기가 됐다. 그는 “좋지 못한 상황들이 오히려 마음을 비우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조금 더 부담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할 수 있었고, 그랬기에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며 우승의 원동력을 찾았다.



● 실패를 통해 얻은 교훈 ‘인내’

강한 바람과 걷잡을 수 없는 날씨. 브리티시여자오픈은 변수가 많다. 두 번의 실패를 경험한 박인비는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하는 법을 찾아냈다. 바로 참고 참아야 하는 ‘인내’다

이번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대회 첫날을 제외하고 2∼4라운드 동안 강풍과 비가 내렸다. 경기를 하는 선수들에게는 최악의 조건이다. 그러나 박인비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았고 마지막까지 가봐야 우승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브리티시여자오픈은 실력 외에도 많은 것을 필요로 해야 우승할 수 있는 것 같다. 티타임도 잘 따라 줘야 하고 날씨와 정신력도 잘 버텨내줘야 한다. 그만큼 많은 것을 이겨내고 차지한 우승이어서 더 값진 것 같다.”

악조건은 박인비도 힘들게 했다. 그러나 박인비는 모든 걸 이겨냈다. 그는 “비도 오고 바람도 불고 정신적으로든 체력적으로든 굉장히 힘들었지만, 정말 좋은 선물을 받은 것 같다.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쁘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이 나의 커리어에 마지막 목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빠른 시일에 그리고 어린 나이에 이렇게 큰 꿈을 이루게 돼 매우 영광스럽다”며 소감을 밝혔다.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생각했던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이룬 박인비는 다른 목표를 세워두지 않았다. 그러나 아직 멈출 때는 아니다. 박인비는 “나아갈 일이 많지만 지금은 너무 행복하다. 사실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 말고는 다른 목표를 생각해보지 않았다. 어떤 목표를 정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나보다 우승도 훨씬 많고 메이저 우승도 많은 레전드급 선수들을 보면서 큰 목표를 향해 나가겠다”고 다음을 준비했다.

LPGA투어는 2013년 에비앙챔피언십이 메이저대회로 승격되면서 5개로 늘어났다. 공식 명칭은 아니지만 박인비가 5개의 메이저 우승트로피를 모두 수집할 경우 ‘슈퍼 슬램’을 이루게 된다. 여자골프 역사에서 5개 메이저대회 우승트로피 들어올린 선수는 카리 웹(호주) 뿐이다. 웹은 1999년 막을 내린 뒤모리에클래식(당시 메이저대회)을 비롯해 나비스코챔피언십, US여자오픈, LPGA 챔피언십,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