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베이스볼] 넥센, ‘수원시-kt 상생’이 부럽기만…

입력 2015-08-2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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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 고척돔 앞. 스포츠동아DB

수원시 25년 무상임대·운영권도 양보
서울시 고척돔 이전 압박…협상은 외면
‘2년 계약 후 연장 협상’ 막무가내 주장


“들어와서 2년간 운영해보고 다시 결정하자.”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마련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

한국 최초의 돔구장인 고척돔(사진) 이전을 놓고 서울시(서울시장 박원순)와 넥센의 신경전이 뜨겁다. 서울시는 당장이라도 MOU(양해각서)를 체결하자며 서두르고 있는 반면 넥센은 서울시의 행보가 부담스럽다. 넥센은 정확한 예산 산정과 운영 밑그림을 위해 활발한 질의응답을 원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묵묵부답이다.


● kt가 부러운 넥센

넥센은 kt가 부럽다. 정확히 말하면 제10구단 kt와 수원의 상생, 그리고 양자의 단단한 신뢰관계가 그렇다. ‘현대왕조’ 때부터 구단에 몸담고 있는 몇몇 넥센 프런트는 옛 연고지 수원의 기업친화적인, 그리고 스포츠친화적인 자세 변화에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서울시의 고압적 자세와 뚜렷하게 대비되기 때문이다.

물론 수원과 서울의 상황은 분명 다르다. 서울시는 이미 프로야구 연고팀을 3개나 갖고 있다. 수원시는 kt와 손잡고 프로야구에 뛰어든 후발주자다. 프로팀 유치 당시 더 나은 조건을 내걸 수밖에 없었고, ‘낙후된 골칫거리’ 수원구장을 단장해줘야 했다.

그럼에도 수원시가 내건 공약은 프로스포츠를 운영하는 모든 기업이 탐낼 만큼 대단한 것이었다. 야구장을 25년간 무상임대해준 것은 물론이고, 구장 내 매점과 광고권 모두 kt에 양보했다. 장기임대가 법률적 문제로 가로막히자, 5년 단위 연장계약을 하기로 했다.

수원시 체육진흥과 양기선 주무관은 “처음부터 통 큰 지원을 계획하고 있었다. kt가 350억원의 예산을 썼을 때, 구단이 최대 수입을 올린다면 200억 안팎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나머지 150억원은 적자다. 이 부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에서 무상임대를 통해 kt를 지원하지만, kt도 지역경제 활성화와 광고효과로 그 이상의 가치를 창출한다. 상생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서울시가 답답한 넥센

서울시는 넥센에 고척돔 입성을 종용하고 있다. 목동구장을 내년부터 아마추어전용구장으로 전환하면서 ‘집 잃은 세입자’를 고척돔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정했다. 연간 운영비는 80억∼100억원 수준. 그런데 정확한 금액은 산정조차 할 수 없다. 서울시는 넥센에 목동과 같은 ‘일일 대관’을 기준으로 2년 계약을 서두르고 있다. 우선 2년간 해본 뒤 계약과 관련된 연장협상을 진행하자는 것이다. 임대비는 얼마나 나갈지, 목동구장보다 얼마나 많은 예산이 필요한지 확인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막무가내다.

현재 넥센은 매년 대관료를 포함해 40억원에 이르는 비용을 세금으로 지불하고 있다. 네이밍 스폰서(넥센 타이어)를 비롯해 크고 작은 70여개의 스폰서를 유치해 근근이 버티고 있지만, 연간 적자는 40억원을 웃돈다. 이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보이는 고척돔 입성 여부는 넥센으로선 생사가 걸린 선택이나 다름없다. 서울시의 성의 있는 협상 의지가 절실하다.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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