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나는 가수다' 이후 생겨난 경연 프로그램의 열기는 지금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나가수'의 아류작으로 평가되는 KBS2 '불후의 명곡'을 비롯해 최근 논란 속에 마무리 된 Mnet '쇼미더머니'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서바이벌 경연 프로그램을 꾸준히 태어나고 사라지고를 반복하고 있다.
이런 경연 프로그램에 대한 호불호는 의외로 명확하게 갈린다. 누군가는 가수의 개성을 죽이고 오로지 고음과 퍼포먼스만으로 무대를 채우게 한다고 비판하며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주목받지 못했던 가수들의 재조명 되는 장점이 있다고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상암문화광장에서는 MBC '나는 가수다 레전드' 녹화가 진행됐다. '나가수'의 지난 시즌에서 활약한 가수들이 대거 등장해 시민들에게 수준급 공연을 선사하는 자리였다.
먼저 오프닝을 연 사람은 긴 시간동안 공백기를 지내다가 '나가수'로 주목을 받은 양파였다. 그는 이날 "가왕이 된 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전에는 내가 노래를 계속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행복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서문탁 역시 "내가 '나가수' 섭외를 받고 귀국을 했을 때 가수들이 노래를 부를 무대가 없었다. 이 프로그램 이후에 우리가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자리가 많이 생겼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나가수'라는 프로그램은 분명 시즌이 지날수록 그 인기가 떨어져 왔다. 그럼에도 가수들은 '나가수'라는 브랜드가 가진 중압감을 느낀다. 하지만 이 무대를 통해 누군가는 무대를 찾았고 초심을 찾기도 했다.
말 그대로 전설이라 불러 마땅한 가수 인순이도 '나가수'에 대해 "내가 나태해질 때 이 무대를 만났다. 여기에서 나는 초심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또한, YB의 윤도현도 "'나가수'는 우리가 밴드 음악을 하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됐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나가수'는 경연 프로그램의 원조로서 양보 없는 고음 대결로만 무대를 채우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또한 음악을 즐기기 보다 평가의 대상으로 만든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자신의 음악을 펼쳐보일 무대가 절실한 이들에게 '나가수'는 실낱 같은 희망을 안겨주는 '기회의 땅'이기도 했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