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김기태 감독. 스포츠동아DB
# 김 감독을 잘 아는 사람들은 “배움에서 얻어진 것이 아닌, 타고난 창의력이 넘친다”고 평가한다. 김 감독이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보냈던 SK 관계자의 증언이다. “캠프에서 선수 김기태와 대화를 한 적이 있다. 보통 선수 같으면 야구 얘기나 할 텐데, 김기태는 ‘어떻게 하면 야구장에 관중이 많이 들어올지’에 대한 마케팅 아이디어를 쏟아내더라. 일개 선수가 그런 발상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신선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올해 김 감독이 KIA에서 벌인 ‘기행’들이 놀랍지 않다.”
# 9월 들어 KIA의 성적이 신통치 않다. KIA가 지닌 전력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많다. 5위 싸움 와중에 KIA가 1승이라도 더 챙기려면 에이스 양현종의 전략적 투입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러나 김 감독은 그렇게 하지 않고, 에이스 맞대결을 피하지 않았다. 왜 그랬는지에 대해 김 감독은 고백한다. “사실 양현종 투입 시기를 놓고 고민이 많다. 그러나 상대팀에게 피해간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았다. 가뜩이나 전력이 약한데 기세에서마저 밀리고 싶진 않았다.”
# 리더 김기태를 이해하는 키워드는 ‘형평성’, 친화력’, ‘창의력’, 그리고 ‘배짱’이다. 김 감독을 보면 ‘리더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타고 난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이런 미덕들이 디테일의 부족을 메워주고 있는 것이다. 김 감독 덕분에 2015시즌 KIA는 유의미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엄연한 현실은 2015년의 성과가 2016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보장이 없다는 데 있다. 이 전력으로는 2016년에도 KIA는 강력한 꼴찌 후보다. 김 감독의 고달픈 레이스는 미처 반환점도 못 돌았다. 다만 경험을 통해 확인한 소득은 KIA 리빌딩의 알파이자 오메가는 김 감독이라는 점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