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조상우-김택형 1차전 쓴맛…“아프니까 청춘이다”

입력 2015-10-1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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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조상우-김택형(오른쪽). 스포츠동아DB

넥센 손혁 코치 “성장하는데 큰 자산”

누군가 그랬다.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10일 잠실구장에서 펼쳐진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나란히 실패를 맛 봤던 넥센 투수 조상우(21)와 김택형(19)에게는 더욱 크게 와 닿는 말이었다.

고졸 신인 김택형은 예리하게 꺾인 슬라이더의 타구 궤적을 지켜봤다. 팬들의 함성이 야구장을 뒤덮었고, 이윽고 고개를 숙였다. 3-3으로 맞선 연장 10회말 구원등판했지만 1사 후 2타자에게 연속안타를 맞고 패전투수가 됐다. 두산 박건우는 결승타로 이날의 주인공이 됐다. 희비가 엇갈린 순간. 조상우는 힘없이 3루 덕아웃으로 향하는 김택형을 마중했다. 조상우는 김택형의 어깨를 두드리며 절친한 후배를 다독였다.

조상우에게도 뼈아픈 날이었다. 어쩌면 더 아팠을지 모른다. 조상우는 마무리의 중책을 안고 3-2로 앞선 8회말 조기투입됐지만, 9회말 1사 후 김재호에게 몸에 맞는 공을 내주며 급격히 흔들렸다. 제구에 어려움을 겪으며 2사 만루서 김현수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헌납했다. 스코어는 3-3 균형을 이뤘다. 9회를 힘겹게 막았지만 48구를 던졌다. 부담스러운 연장 10회를 후배 김택형에게 넘겨야 했다. 팀 승리를 지키지 못한 아쉬움과 어려운 상황을 후배에게 물려준 데 대한 미안함이 머릿속에서 뒤엉켰다.

11일 조상우는 “(공에) 힘이 들어가기도 했고, 힘도 들었다. (김재호에게) 몸에 맞는 공을 내준 뒤부터 제구가 말을 듣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런 그도 임무 완수에 실패하고 돌아왔을 때는 따듯한 격려를 아끼지 않은 베테랑투수 손승락(33)이 있었다. 그는 “승락 선배가 다음에 잘 던지면 된다고 위로해주셨다. 큰 힘이 됐다”며 웃어 보였다.

이런 과정을 지켜본 넥센 손혁 투수코치는 패배의 책임을 곱씹으면서도 “이제 스무 살 남짓한 어린 투수들이다. 그 나이 대부분의 선수들은 2군에 머물고 있다. 다른 팀 또래 선수들도 포스트시즌을 경험하기란 쉽지 않다. 비록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패해 아팠겠지만 미래를 보면 이런 경험도 이들이 성장하는 데 큰 자산이 될 것”이라며 김택형과 조상우를 따뜻하게 다독였다.

잠실 |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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