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트러스트 둘러싼 히어로즈와 KBO의 온도차

입력 2015-10-24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넥센 히어로즈의 홈구장으로 쓰일 예정인 고척스카이돔. 사진제공|서울시

히어로즈가 KBO리그, 더 나아가 한국 프로스포츠에 아주 무거운 화두를 들고 나왔다. ‘네이밍 스폰서의 자격을 어디까지 두느냐’는 문제다.

히어로즈 야구단은 23일 “일본계 금융회사인 J트러스트 그룹과 네이밍 스폰서 협상 중이다. 구단 수뇌부가 최종결정만 내리면 절차가 완료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히어로즈는 넥센 타이어와 6년간 스폰서 계약을 이어왔는데 올해로 만료된다. 넥센은 2016시즌부터 시작될 ‘고척돔 시대’를 맞아 장기 비전을 함께 할 새 스폰서를 찾았는데 JT친애저축은행, JT저축은행, JT캐피탈 등을 만들어 한국에서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는 J트러스트 그룹의 제안이 가장 괜찮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럼에도 히어로즈는 아직 계약서에 사인은 하지 않은 상태다. ‘포스트시즌 기간 중 서둘러 발표할 필연성이 적다’는 이유 외에 일본 금융회사가 야구단의 이름을 갖는 데 대한 여론의 향방을 살피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 히어로즈의 현실론


히어로즈 관계자는 “돈도 돈이지만 네이밍 스폰서의 개념을 이해하고 수평적 관계를 추구하는 데에서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J트러스트가 구단 운영에 관한 일체의 간섭 없이 지원만 해주는 순수 스폰서를 자임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 회사가 J리그 2부리그 축구팀 스폰서를 한 전력이 있어 학습이 잘 돼 있다”고도 말했다. 게다가 메인 스폰서로서 기본적으로 확정된 금액(연 100억 원 이상 추정) 이외에 추가 지원까지 약속했다. ▲프리에이전트(FA) 영입 시 계약금 지원 ▲시즌 최종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 ▲고척돔 마케팅 프로모션 지원 등이 그것이다.

히어로즈는 “우리 구단이 처음 야구계에 진입했을 때에 비해서 선수 몸값이 상승했다. 최근 3년 연속 히어로즈가 포스트시즌에 올라가며 더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게다가 올 시즌 후에는 이택근, 유한준, 손승락 등의 자체 FA 선수들이 나온다. 쓸만한 외국인선수를 찾으려면 몸값도 비싸다”고 현실론을 역설했다. 3년간 스폰서 지원을 제안한 J트러스트의 탄탄한 자금지원과 야구단 운영 불개입 원칙이 히어로즈 야구단이 추구하는 방향성과 일치했다는 얘기다. 히어로즈는 “KBO가 여기에 브레이크를 걸 제도적 명문은 없다. 오히려 여론의 정서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KBO의 공생론


익명을 요구한 KBO 관계자는 히어로즈의 행보에 대해 당혹감과 불쾌감을 굳이 감추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야구가 히어로즈 혼자 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나머지 9개 구단의 브랜드 가치까지 KBO는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본 금융그룹이 네이밍 스폰서로 야구계에 진입할 경우 발생할 나머지 9개 구단들의 불편한 심기를 KBO로서는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이 관계자는 “‘네이밍 스폰서가 야구단 공식 명칭으로 쓰일 수 있느냐’부터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히어로즈는 창단 이후 우리 히어로즈→히어로즈→넥센 히어로즈로 구단명이 계속 바뀌어왔다. 그러나 네이밍 스폰서가 어찌 되든 공식 명칭은 ‘서울 히어로즈’였다는 것이 KBO의 생각이다. 만약 히어로즈가 J트러스트와 계약을 강행해 ‘JT 히어로즈’ 같은 새 구단명을 들고 나온다면 KBO 차원에서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러면 네이밍 스폰서로서는 치명적일 수 있다.

히어로즈가 창단 초 담배회사였던 우리담배의 네이밍 스폰서를 받고 ‘우리 히어로즈’라 했을 때에는 왜 막지 않았느냐는 비판에 대해 KBO는 “인정한다. 다만 그때는 그 후원마저 거부했으면 히어로즈 야구단 자체가 존립할 수 없었던 위기였다. 그러나 지금은 J트러스트 외에도 히어로즈에 네이밍 스폰서를 하고 싶어 하는 곳이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