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쌓여만 가는 유희관 딜레마

입력 2015-10-2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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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유희관. 스포츠동아DB

두산은 넥센과 준플레이오프(준PO), NC와 플레이오프(PO) 3차전에서 모두 패했다. 유희관(29)을 선발로 낸 경기였다. 두 경기에서 두산은 모두 패했다. 두산의 시리즈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다.

유희관은 13일 준PO 3차전에서는 4이닝 동안 홈런 2방을 포함해 7안타 4볼넷 3실점을 기록하며 무너졌다. 이어 21일 PO 3차전에서도 2.1이닝 6안타 4실점으로 조기 강판됐다. 유희관이 절대 강세를 띠었던 잠실구장에서도 위력이 나오지 않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일시적 구위 저하가 아닌 듯 여겨지는 대목이다. 유희관은 올 시즌 전반기에만 120.2이닝을 던져 방어율 3.28을 기록했다. 그런데 후반기에는 69이닝을 던졌는데 방어율이 5.09로 치솟았다. 18승을 올리긴 했으나 후반기에 추가한 승리는 6승이었다.

소위 ‘느림의 미학’으로서 KBO를 대표하는 투수로 떠올랐으나 정작 프리미어12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승선하지 못한 것도 후반기의 부진 탓이 컸다. 이런 대세하락의 징조가 포스트시즌에서 현실화된 셈이다.

유희관의 구위 저하에 대해 전문가들은 ‘직구 구속의 저하’를 원인으로 꼽는다. SBS 이순철 해설위원은 “직구 스피드와 공끝이 전반기와 다르다”고 말했다. 아무리 유희관이 ‘느림의 미학’을 보여주는 투수라 할지라도 “직구 구속이 130㎞ 초중반은 나와야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을 수 있다. 그런데 포스트시즌에서 유희관의 직구 평균구속은 120km 후반대였다. 이러면 타자들이 속지 않는다”고 이 위원은 분석했다. 게다가 체력 저하로 자기도 모르는 새 악력이 떨어졌을 수 있다. 손가락의 채는 힘이 떨어지며 볼끝이 무뎌졌다는 얘기다.

두산은 24일 NC와의 PO 5차전을 승리해도 유희관이 살아나지 못하면 첩첩산중이다. 4차전에서 니퍼트, 5차전에서 장원준을 소진했지게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은 유희관 투입이 유력한 대안인데 지금 이 구위로는 믿음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불펜진이 헐거운 두산은 선발 빅3가 제몫을 해줘야 시리즈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유희관이 회복되지 못하면 선발 2명으로 싸워야 되기에 쉽지 않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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