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범, NC의 마지막 투수이자 타자가 되다

입력 2015-10-24 19: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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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의 마지막 투수도, 마지막 타자도 모두 나성범(26)이었다.


24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두산-NC의 플레이오프(PO) 5차전. NC가 4-6으로 뒤진 9회초 2사 후 투수가 교체됐다. 그 순간 마산구장이 떠나갈 듯한 함성이 쏟아졌다. 우익수 자리에 서 있던 선수가 성큼성큼 달려 마운드로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NC 김경문 감독이 PO 미디어데이에서 “마지막 순간에 팬서비스를 위해 나성범을 마운드에 올릴 수 있다”고 공언했을 때까지만 해도, 그 약속이 실제로 지켜지리라고 생각한 이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김 감독은 정말로 그렇게 했다. 정규시즌이 아닌 포스트시즌에 야수가 투수로 출장한 것은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 나온 장면이다.


왼손투수 나성범이 임창민에게 마운드를 이어받자 두산은 좌타자 최주환 대신 우타자인 용병 데이빈슨 로메로를 대타로 기용했다. 초구는 시속 147㎞짜리 직구. 그러나 로메로가 그 공을 받아쳐 좌전 안타를 때려냈다. 두산의 다음 타자는 왼손타자 오재원. 그는 다시 초구 시속 147㎞ 짜리 직구를 몸쪽으로 꽂아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2구째는 146㎞ 직구. 오재원이 걷어내 파울이 됐다. 그리고 나성범은 오재원에게 3구째 시속 147㎞짜리 직구를 뿌렸다. 올 시즌 NC의 마지막 공이 손을 떠나는 순간이었다. 오재원은 3루수 땅볼로 아웃됐고, 나성범은 동료들과 팬들의 환호 속에 덕아웃으로 무사히 귀환했다.


모험이라 여겨졌지만, 결과는 대성공. 김경문 감독은 “던지는 걸 보니 내년에는 원포인트릴리프로 기용해도 될 것 같았다”고 농담했고, 상대팀인 두산 김태형 감독조차 “충분히 나성범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공을 보니까 정말 좋았다. 김경문 감독님이 왜 준비를 하셨는지 알겠더라. 그 정도까지일 줄은 몰랐는데 깜짝 놀랐다”고 감탄했다.


공교롭게도 나성범은 이날 NC의 마지막 타자이기도 했다. 9회말 2사 후 마지막 타석에서 중견수 플라이로 아웃되면서 올 시즌 NC의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장식했다. 비록 NC는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지만, 팀과 나성범 모두에게 오래도록 잊을 수 없는 하루였을 듯하다.


마산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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