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돈과 ‘무한도전’①] 정형돈의 공백이 크게 느껴지는 이유

입력 2015-11-14 12: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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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4대천왕'이라는 별칭까지 생긴 정형돈이 갑작스러운 방송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데뷔 후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던 터라 많은 이들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정형돈의 소속사인 FNC 엔터테인먼트는 12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정형돈이 건강상의 이유로 당분간 모든 방송 활동을 중단한다"며 "오래 전부터 앓아온 불안장애가 최근 심각해지면서 방송을 진행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제작진과 소속사 및 방송 동료들과의 상의 끝에 휴식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형돈의 불안장애는 이미 방송을 통해 언급된 바 있다. SBS '힐링캠프', MBC '무한도전' 등을 통해 종종 암시되어 왔다. 높아지는 인기 속에 마음의 병도 함께 얻은 것이다.

그럴수록 정형돈은 더 큰 의욕을 보였다. 작곡가 유재환과 함께 하는 '돈워리뮤직'이라는 새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명절 연휴에는 먾운 예능 파일럿 프로그램에도 출연해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뿐 아니라 스튜디오 예능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터진 정형돈의 활동 중단 선언은 방송가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에게도 놀라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당장은 정형돈의 건강 회복이 가장 중요한 선결 과제지만 예능계에서 차지하는 그의 위치를 생각해 볼 때 후폭풍은 만만치 않게 불어닥칠 전망이다.

그 중에서 가장 타격을 받을 프로그램은 당연히 MBC '무한도전'이다. 길과 노홍철이 불미스러운 일로 불명예 하차를 한 이래 정형돈은 굳건히 '무한도전'을 지키며 웃음을 만들어 왔다. 또한 식스맨 프로젝트로 중간 투입된 새 멤버 광희의 부족함을 메꾸는 것도 정형돈의 몫이었다.

‘무한도전’에서의 정형돈의 위치는 수비라인을 견고하게 지키는 축구의 센터백과 같다. 자신이 나서지 않더라도 유재석, 박명수 등 프로그램을 이끌어 갈 멤버들은 충분하다. 정형돈은 묵묵히 그들을 뒷받침하며 공격수들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또 게스트가 투입되면 그들에게 패스를 연결해 프로그램에 녹아들게 하는 역할도 도맡았다.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이 다운되면 적절한 타이밍에 메인으로 나서는 공격수의 임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정형돈의 공백이 크게 느껴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형돈처럼 묵묵히 프로그램을 빛나게 하는 멤버는 있을 때보다 없을 때 크게 빈자리가 느껴진다.

특히 걱정스러운 점은 정형돈이 앓고 있는 증상이 외적인 것이 아니라 내면의 병이라는 점이다. '무한도전'의 전진수 CP는 이에 대해 "병원에서 정형돈의 증상에 대한 정확한 결과와 앞으로의 치유 과정을 지켜봐야 다음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정형돈의 공백이 어느 정도 이어질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이번 정형돈의 이번 활동 중단이 은퇴로까지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정형돈의 쾌유와 더불어 지난 10년간 숱한 위기를 넘어온 '무한도전'의 노하우가 이번에도 통하길 바랄 뿐이다.

동아닷컴 곽현수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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