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로 복귀한 데얀(왼쪽)과 전북현대의 간판 골잡이 이동국은 2016년 K리그를 뜨겁게 달굴 라이벌이다. 두 선수의 ‘자존심 경쟁 2막’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내년 서울·전북 간판 골잡이로 다시 격돌
서로가 서로를 존중했고, 경외심을 표출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K리그 최고 공격수로 평가받는 이동국(36·전북현대)과 데얀(34·FC서울)의 관계다. 둘은 함께 초록 그라운드를 누비면서 뜨겁게 맞섰고, 치열하게 경쟁했다. ‘이동국 vs 데얀’의 라이벌 구도가 이뤄진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시즌의 기억은 실로 강렬했다. 이제 추억만 되새길 필요가 없다. 잠시 중국무대로 떠났던 데얀이 서울 복귀를 확정하면서 ‘현재진행형’의 스토리가 다시 시작된다.
● 이동국 있어 강한 전북, 데얀 있어 강했던 서울
최근 수년간 한국프로축구는 전북 천하였다. 베테랑 이동국의 힘이 컸다. 2009년부터 2015년까지 7시즌 동안 꾸준히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고, 전북은 2연패를 포함해 통산 4차례(2009·2011·2014·2015년) 우승 트로피를 휩쓸었다. 이동국에게 각종 상이 쏟아진 것은 당연지사. 입단 첫 해 K리그 득점왕과 MVP(최우수선수)에 등극했고, 준우승을 차지한 2011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MVP에 오른 데 이어 2014년과 2015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K리그 MVP를 2년 연속 수상했다.
그러나 최근 2년은 2% 부족했다. 전북의 아성에 감히 도전할 만한 라이벌이 없었기에 다소 ‘맥 빠진’ 분위기도 감지됐다. “이동국의 전북이 빠진 K리그는 상상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도 그래서다. 데얀의 이탈도 한 몫 했다. 2007년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K리그에 데뷔한 데얀은 2008년부터 6시즌 동안 서울의 주포로 활약했다. 임팩트는 대단했다. 이동국과 마찬가지로 7시즌 연속 두 자릿수 골 퍼레이드를 펼쳤다. 그러면서 3차례 득점왕(2011·2012·2013년), 1번의 MVP(2012년)를 수상했다. 서울이 2010년과 2012년 K리그 정상에 오르며 ‘대세’ 전북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데는 데얀의 활약이 있었다.
● 웃고 울었던 라이벌, 이제는?
한쪽이 웃으면 다른 쪽은 눈물을 쏟아야 하는 것이 라이벌의 숙명. 이동국과 데얀이 함께 웃은 기억은 당연히 없다. 실제로 이동국이 웃으면 데얀과 서울이 울었고, 데얀이 웃으면 이동국과 전북이 울었다. 2013시즌 승강제 정착 이후 4승5무3패(전북 우위)로 팽팽한 상대전적만큼이나 개인기록에서도 호각지세다. 전북 유니폼을 입고 이동국은 K리그 통산 116골·37도움, 데얀은 서울에서 K리그 통산 122골·33도움을 찍었다.
다만 상대만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또 다르다. 전북을 만난 데얀이 서울을 만난 이동국에 비해 좀더 위협적이었다. 데얀은 전북을 상대로 11골·1도움, 이동국은 서울을 맞아 6골·1도움을 기록했다. 더욱이 ‘서울맨’ 데얀의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해준 것도 전북이다. 2008년 3월 15일 서울 유니폼을 입고 1호 골을 신고하더니 2013시즌 최종전이자 고별무대였던 12월 1일 전주 원정에서 또다시 골 맛을 봤다.
이동국은 “역대 가장 뛰어났던 외국인 공격수”란 말로, 데얀은 중국 도전을 앞둔 지난해 1월 고별 인터뷰에서 “이동국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났다”는 말로 서로를 칭찬했다. 다시 한 번 이뤄진 만남. 공교롭게도 둘의 계약기간이 같다. 앞으로 2년. ‘전쟁의 2막’ 2016시즌을 향한 기대감이 점차 커져가고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