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오른쪽)이 12일(한국시간)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입단식에서 세인트루이스 유니폼을 입고 마이크 매서니 감독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매서니 감독은 명 포수 출신으로 메이저리그의 대표적 지장으로 꼽힌다. 사진제공|스포츠인텔리전스그룹
명문구단 세인트루이스 일원이 돼 영광”
“메이저리그 타자들과 후회 없는 대결을 펼치고 싶습니다.”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이 메이저리그(ML) 진출의 꿈을 이뤘다. 그는 12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입단 기자회견에서 “ML 명문구단인 세인트루이스의 일원이 돼 영광이다. ML 타자들과 후회 없는 대결을 펼치고 싶다”고 밝혔다.
어느 선수에게나 마찬가지겠지만, 오승환에게도 ML은 꿈의 무대였다. 더 큰 무대에서, 세계 각지에서 모인 최고의 타자들과 맞붙는 날을 늘 꿈꿔왔다. 그러나 KBO리그에서 빅리그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어린 시절부터 빠른 공을 던지며 ML의 러브콜을 받던 유망주였지만, 팔꿈치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단국대 1학년 때는 팔꿈치인대접합수술까지 받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묵묵히 훈련하며 130km까지 떨어졌던 구속을 140km대 후반까지 끌어올렸고, 2005년 신인드래프트 2차 1순위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오승환은 데뷔와 동시에 KBO리그를 대표하는 수호신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 최고가 되자 일본으로 눈길을 돌렸다. 막상 가보니 일본무대도 그에게는 좁았다. 2013시즌 종료 후 일본프로야구 한신에 입단해 지난해까지 두 시즌 연속 센트럴리그 구원왕에 올랐다. 그는 한국과 일본에서 최정상에 올랐지만, 안주하지 않고 도전을 선택했다.
오승환은 “ML 진출은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품은 꿈이었다. 한국과 일본에서 최선을 다했고 새로운 환경, 더 큰 무대에 도전한다는 생각으로 왔다”며 “꿈을 이루기 위해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어렵게 왔으니 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오승환이 한국과 일본에서 최고의 마무리투수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빠르고 위력적인 직구 덕분이다. 물론 ML에선 시속 150km가 평범한 구속일 수 있지만, 오승환의 직구는 회전수가 많아 타자들이 치기 까다롭다. 독특한 투구폼 때문에 타격 타이밍을 잡기도 쉽지 않다.
오승환은 “ML 투수들은 투심(패스트볼)을 많이 던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내 강점은 포심패스트볼”이라며 “환경은 다르지만 야구는 다 똑같다고 생각한다. 준비를 많이 한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밝혔다. 이어 “세인트루이스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11번이나 한 명문구단이고, 지난해 총 관중수가 ML 팀들 가운데 두 번째(350만명)로 많을 정도로 야구 열기가 뜨겁다고 들었다. 앞으로 (응원해주는) 카디널스 팬들과 한국민들을 위해 뛰겠다”고 다짐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