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오른쪽)이 12일(한국시간) 세인트루이스 공식 입단식을 치르고 ‘카디널스 맨’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오승환이 등번호 26번과 자신의 성 ‘OH’가 새겨진 유니폼을 든 채 존 모젤리악 세인트루이스 단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스포츠인텔리전스그룹
‘1+1년’ 총액 133억원대 계약
입단식 곳곳서 ‘한·일 최고 소방수’ 예우
모젤리악 단장 “이젠 경기 후반 강해졌다”
‘돌부처’ 오승환(34)이 마침내 ‘홍관조 군단’에 입성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단장과 감독까지 마중 나와 ‘한국산 파이널 보스(끝판대장)’의 입단(스포츠동아 1월 11일자 단독보도)을 축하했다.
오승환은 12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스타디움에서 공식 입단식과 기자회견을 치렀다. 구단과 선수 양측의 합의 하에 이 자리에서 자세한 계약 조건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1+1년(2016년은 보장·2017년은 구단 옵션) 계약에 2년을 채울 경우 계약 규모는 인센티브를 합쳐 총액 1100만달러(약 133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입단식에선 오승환에 대한 예우가 곳곳에서 감지됐다. 한국과 일본에서 최고 소방수로 활약한 선수에 대한 환대였다. 우선 계약을 주도적으로 추진한 존 모젤리악 단장은 물론 마이크 매서니 감독까지 참석해 따뜻하게 맞이했다. 등번호 26번이 달린 유니폼과 모자가 준비돼 있었다. 26번은 의미가 있다. 바로 지난해 매서니 감독이 달았던 번호다. 그리고 그에 앞서 지금의 마무리투수인 트레버 로젠탈(현재 44번)이 2013년부터 2014년까지 2년간 사용했던 번호이기도 하다. 한국(삼성)에선 21번, 일본(한신)에선 22번을 달았지만 메이저리그에선 26번을 달고 로젠탈 앞에서 승리를 이어주는 셋업맨으로 새 출발을 할 전망이다.
모젤리악 단장은 “오승환이 이룬 수많은 성공은 우리가 매력을 느낀 이유 중 하나였다. 우리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에도 부합한다”며 영입 배경을 설명한 뒤 “지난달 윈터미팅에서 오승환의 에이전트를 만났다. 지금은 선수발전 디렉터가 된 맷 슬레이터와 제프 이시이 스카우트가 2009년부터 오승환을 지켜봤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흡족해 했다. 이어 “우리 마무리는 로젠탈이다. 이미 우리는 역동적인 불펜을 갖추고 있지만 오승환이 힘을 더해줄 것이다. 경기 후반도 확실해졌다”고 평가했다.
해외원정도박 문제와 관련해서도 모젤리악 단장은 “말 그대로 단순히 카드게임에서 돈을 건 것일 뿐이다. 우리는 메이저리그 사무국, 선수노조와 이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문제 될 게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매서니 감독은 “오승환이 그동안 경기 막판 거뒀던 성공이 우리 팀에 많은 유연성을 가져다 줄 것”이라며 “이번 오프시즌에 좋은 선수들을 보강했다. 현재 상태에 만족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오승환은 자신이 뛸 홈구장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라커룸을 방문해 자신이 사용할 자리 앞에서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오승환은 ““메이저리그 진출은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품은 꿈이었다”며 “메이저리그 타자들과 후회 없는 대결을 펼치고 싶다. 카디널스 팬들과 대한민국 국민들을 위해 뛰겠다”고 다짐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