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새 홈구장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는 국내 최초 팔각형 구조로 가운데 펜스부터 양끝까지 일직선인 탓에 개막 전부터 ‘홈런 공장’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안타까운 건 정작 삼성은 홈경기에서 단 12개의 홈런만 기록하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포츠동아DB
‘뜬공 투수’ 수두룩…원정팀만 재미
류중일 감독 “펜스 높여달라” 읍소
삼성이 새 홈구장 효과를 전혀 보지 못하고 있다. 홈구장에 맞게 선수를 구성하는 ‘트렌드’ 속에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홈런을 치기 어렵다면, 상대도 치기 어렵게 만드는 방법밖엔 없다. 삼성은 올 시즌을 앞두고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 새 둥지를 틀었다. 라이온즈파크는 좌우 펜스까지 거리가 99.5m, 가운데 펜스까지 122.5m이고, 펜스높이는 3.2m다. 숫자만 놓고 보면 작은 구장이 아니다. 그러나 국내 최초 팔각형 구조로 가운데 펜스부터 양끝까지 일직선인 탓에 ‘홈런 공장’이 될 것으로 보였다. 홈런이 가장 많이 나오는 좌중간과 우중간 코스가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이다.
● 안방에서 고작 12홈런…나바로·박석민 떠나니 칠 타자가 없네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삼성은 홈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삼성이 24일까지 라이온즈파크에서 친 홈런은 고작 12개. 특히 각 구장 전체 홈런 대비 홈팀의 홈런 비율(LG와 두산은 모두 잠실경기를 대상으로 함)을 보면, 삼성은 32.4%(37개 중 12개)로 잠실을 두산과 나눠 쓰는 LG(25.9%·54개 중 14개)를 제외하고 가장 낮았다.
이미 LG는 수년간의 실패 끝에 박병호(미네소타)·정의윤(SK) 등 거포 유망주들을 모두 내보내고, 스피드의 팀으로 변화했다. 넥센은 목동 시절을 마감하고 고척스카이돔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거포들이 팀을 떠나고 자연스럽게 팀 컬러를 바꿨다. 반면 KBO리그 최고의 타자친화적 구장을 홈으로 쓰게 된 SK는 장타자들을 수집했다. SK는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나온 61개의 홈런 중 절반에 가까운 29개를 치는 성과도 얻었다.
삼성 류중일 감독 역시 “펜스를 높였으면 좋겠다”는 말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달라진 팀 상황 탓이다. 올 시즌 삼성을 떠난 야마이코 나바로(지바 롯데)와 박석민(NC)은 지난해 각각 48홈런, 26홈런을 기록했다. 류 감독은 “못해도 둘이 합쳐 50홈런은 친다”며 혀를 찼다.
● 주축투수 전원 ‘뜬공 투수’, 홈런 맞을 확률도 높다!
타선은 물론 마운드 구성조차 라이온즈파크에 어울리지 않는다. 삼성 투수들의 땅볼/뜬공 비율은 0.85로 10개 구단 중 가장 낮다. 다른 팀에 비해 뜬공이 많고, 땅볼이 적다는 말이다.
‘땅볼 투수’에 비해 ‘뜬공 투수’가 홈런 맞을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개인 기록도 일치한다. 외롭게 선발진을 지키고 있는 에이스 윤성환의 땅볼/뜬공 비율은 0.83. 부상으로 빠져 있는 또 다른 에이스 차우찬은 0.75로 더 낮다. 선발 장원삼은 0.79다. 차우찬과 장원삼은 대표적으로 피홈런이 많은 투수들이다. 국내 선발진 외에 불펜투수들도 마찬가지다. 뒷문을 지키고 있는 안지만은 땅볼/뜬공 비율이 0.27로 매우 낮고, 심창민도 0.53에 불과하다. 주축투수 전원이 뜬공 투수일 정도로 쏠림현상이 심각하다.
홈구장에 맞는 선수구성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단시간에 선수구성을 바꿀 수 없다면 펜스를 높이는 것도 해법이 될 수 있다.
대구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