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챌린지(2부리그) 부천FC는 지난해 시즌 도중 송선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로 ‘만년 하위팀’의 굴레에서 벗어났다. 부천은 사령탑 교체 이후 선전하며 5위로 2015시즌을 마쳤고, 올 시즌에는 9승6무3패로 3위를 달리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현재 챌린지 3위…승격 가시권
송선호 감독 “전북전 다 보여줄것”
‘2016 KEB하나은행 FA컵’ 8강전이 13일 전국 4개 구장에서 일제히 펼쳐진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전북현대, FC서울, 울산현대, 성남FC 등 쟁쟁한 팀들이 이름을 올린 가운데 유독 눈길을 끄는 한 팀이 있다. 바로 부천FC다. 부천은 8강에 오른 팀들 중 유일하게 챌린지(2부리그) 소속이다. 나머지 팀들은 모두 클래식 구단들이다. 챌린지의 자존심을 걸고 외로운 싸움을 치러야 할 운명이다.
2007년 12월 부천시민들과 서포터스가 힘을 모아 창단한 부천은 2008년부터 K3리그에 참가했고, 2012년 12월 프로화에 성공했다. 그러나 프로의 벽은 역시 높았다. 챌린지 출범 첫 해였던 2013년 8개 팀 가운데 7위, 이듬해 10개 팀 중 최하위에 그쳤다. 2015시즌 초반만 해도 바닥권을 헤매기는 마찬가지였다. 구단은 결국 칼을 빼들었고, 이것이 ‘신의 한수’가 됐다. 수석코치로 있던 송선호(50) 감독대행이 5월 말 팀을 맡은 이후 ‘만년 하위팀’의 굴레에서 벗어났다. 사령탑 교체 이후 13승7무10패를 기록한 부천은 5위로 2015 시즌을 마쳤고, 송 감독은 마침내 대행 꼬리표를 떼고 정식 사령탑으로 승격됐다.
그리고 2016년. 부천은 9승6무3패, 승점 33으로 챌린지 3위를 달리며 클래식 승격의 꿈을 키우고 있다. 현재의 분위기대로라면 시즌 전 목표로 삼았던 첫 승강 플레이오프 진출은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이뿐만 아니라 32강전에서 클래식 소속 포항 스틸러스에 2-0 승리를 거두는 등 FA컵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송 감독은 1988년부터 1996년까지 K리그 유공에서 뛴 뒤 고교 지도자, 구단 스카우트, 2군 감독,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 등을 거쳤다.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선수들의 ‘하고자 하는’ 의지를 이끌어내면서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다. 불과 1년 만에 180도 달라진 부천의 변신은 송 감독의 탁월한 지도력을 빼고는 달리 설명할 말이 없을 정도다.
그러나 하필 부천의 FA컵 8강전 상대는 전북이다. K리그 최강의 팀이다.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로 불릴 만큼 양 팀은 스쿼드에서도, 전력에서도 차이가 크다. 부천은 지난해 평균 연봉이 4398만원으로 챌린지 11개 구단 중 9위였다. 반면 전북의 평균 연봉은 3억3000만원을 넘었다. K리그 구단들 중 단연 톱이다. 기업구단 전북과 시민구단 부천은 이처럼 여러 면에서 대척점에 있다.
그래도 송 감독은 ‘유쾌한 반란’을 꿈꾸고 있다. 그는 “충실히 준비해 우리가 가진 것을 마음껏 보여줄 있도록 하겠다. 전북처럼 특출한 스타플레이어는 없지만, 우리 선수들은 팀을 위해 희생하고 팀을 위해 뭉친다. (뭔가를) 만들어 보겠다”는 말로 가슴 속 깊은 곳에서 꿈틀대는 열망을 드러냈다. 부천이 전북을 넘는다면 챌린지 소속팀으로는 처음으로 FA컵 4강에 오르는 역사를 만들게 된다.
2016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총 인구 33만명의 소국 아이슬란드가 보여준 투혼은 실로 놀라웠다. 1958 스웨덴월드컵 이후 58년 만에 메이저대회에 나선 웨일스의 선전도 큰 감동을 선사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에 나선 부천도 이처럼 유쾌한 반란을 일으킬 수 있을까.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