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구 대표 “소싸움 교류, 남북관계 회복 계기 될 수 있다”

입력 2016-10-2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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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남과 북의 소가 정정당당하게 기량을 겨루는 남북 소싸움 대회를 열어 화해의 물꼬를 열어보자는 (주)한국우사회 박성구 대표이사.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남과 북의 소가 정정당당하게 기량을 겨루는 남북 소싸움 대회를 열어 화해의 물꼬를 열어보자는 (주)한국우사회 박성구 대표이사.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한국우사회 박성구 대표

소싸움은 도박이 아니라 전통문화
사업승인땐 관광산업에도 큰 도움


지금 남북관계는 꽁꽁 얼어붙었다. 북한의 미사일 핵도발로 시작된 위기상황은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전쟁은 공멸이라는 것을 알지만 흥분상태다.

강경파의 목소리만 들리는 가운데 최근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나왔다. 주인공은 (주)한국우사회 박성구 대표다. 남북의 경색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민간교류에서 물꼬를 터야하고 이를 위해 남과 북이 전통문화 소싸움으로 대화의 문을 열어보자고 한다. 1998년 소 떼 1001마리를 이끌고 판문점을 건넜던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퍼포먼스가 기억나는 주장이다.

프랑스의 석학 기소르망은 정주영 회장의 소떼 방북 이벤트를 “20세기의 마지막 전위예술”이라고 평했다. 무모해보였던 그 행동은 남북화해의 주춧돌이 됐다. 소 떼가 휴전선을 넘어간 이후 남북은 경제교류를 했고 개성공단이 생겼고 정상회담을 했다. 과연 이번에도 소가 그 역할을 해줄까.


-지금 마주보는 열차처럼 강공으로만 치닫는 상황에서 남북한 소싸움대회 아이디어는 생뚱맞게 들리기도 하는데.

“소싸움은 삼국시대 때부터 우리 민족에 꾸준히 이어 내려온 문화다. 북한도 그동안 소싸움을 계속 해왔다. 농한기 때마다 동네별로 소싸움을 최근까지 했다고 한다. 소는 한국인에게 동물 이상의 존재다. 우리 의식주 생활에서 가장 밀접한 동물이자 가족이다. 개성공단도 문을 닫았고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남과 북이 대화할 창구가 없으니 우선 문화적인 접근으로 소싸움을 해보자는 것이다. 개성공단 부근도 좋고 비무장 지대도 좋다. 소싸움 교류를 시작으로 화해와 대화를 위한 문을 열어보겠다는 차원이다.


-만일 이 아이디어가 실행에 옮겨진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사업을 위해서는 북한에 싸움소가 있어야 한다. 싸움소는 650kg 이상의 병종, 800kg 이상의 을종, 무제한급인 갑종으로 분류하는데 북한은 어려운 경제사정상 싸움소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우리가 싸움소를 보내 북에서 조련을 시킨 뒤 경기를 하는 것이다. 판문점이나 개성공단 부근에 임시 경기장을 만들고 외국인을 대상으로 경기를 한다면 한반도의 위기는 사라졌다는 신호를 해외에 주고 관광산업 측면에서도 좋을 것으로 본다.”


-북한과 관련된 사업은 정책적인 결정이 필요한데.

“우선 통일부로부터 사업승인을 얻어야 하고 농수산식품부와 협상을 통해 인허가 절차를 밟아야 한다. 북한의 동의절차도 거쳐야 한다. 이 단계가 끝나면 우사회에서 싸움소를 보내 준비를 시키고 경기장을 건립하면 된다. 경기장은 우리 민족의 얼이 담긴 모양으로 갖추면 된다. 사업의 재원은 만간차원에서 만들 수도 있고 남북경협자금을 이용해도 된다. 정부 당국자들이 북한에 돈을 많이 퍼주는 것이 아닐까 걱정할 수도 있는데 북쪽에 돈이 많이 가진 않는다. 관중 입장수입에서 일정부분을 가져가는 것 외에는 없다.”

한국우사회 박성구 대표.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한국우사회 박성구 대표.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소싸움이 외국인들에게는 생소할 것으로 보이는데.

“소와 관련된 경기는 많지 않다. 스페인은 투우가 유명하지만 NGO의 반대로 조만간 중단한다. 흥미로 소를 죽이는 것은 잔인하다. 로데오 경기는 인간이 소를 제압하는 형태지만 우리의 소싸움은 다르다. 소 2마리가 경기장에서 머리를 들이받고 싸움을 하지만 상대가 머리를 돌리면 그 순간 경기는 끝이다. 소는 그 자리에서 승패를 인정한다. 판정불복이 있을 수도 없다. 이런 페어플레이 정신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다. 소싸움은 여기에 도박 형식을 빌려 배팅을 하게 만들지만 액수는 100원부터 10만원까지 한도가 있다. 내가 돈을 걸었던 소가 이기면 소싸움을 통해 더 큰 재미를 얻는 정도다. 기획재정부의 2013년도 사행성 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소싸움은 다른 도박과는 달리 사행성이 거의 없어 규제의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소싸움은 도박이 아니라 전통문화다.”


-소 2마리가 홍,청으로 나눠 겨루는 방식인데 흥미요소가 부족하다.

“소싸움은 경기 전에 출전하는 소의 경기전적 등 이력을 배포한다. 그 것을 보고 관중들이 베팅하는데 이변이 많이 일어난다. 소가 의외로 환경에 큰 영향을 받아 예상외의 결과가 많이 나온다. 그래서 재미있다. 경기시간은 30분이고 5분 단위 6라운드 경기다. 30분간 승패를 가리지 못하면 무승부다. 역대 최고배당률은 2014년에 나온 1만6000배였다. 당시 그 고객은 1000원을 베팅했는데 당첨된 뒤 “로또를 맞았다”고 좋아하셨다.”


-소싸움에 나서는 싸움소는 어떻게 선발하는지.

“일반 소다. 송아지 때 꼬리와 뿔 발목을 보고 전문가들이 고른 뒤 훈련을 시킨다. 소는 말과 달리 부모의 영향을 동시에 받기 때문에 꼭 한쪽 혈통이 좋다고 해서 2세가 잘한다는 법은 없다. 3년 정도 훈련해야 출전이 가능하다. 5세부터 15세까지가 싸움소의 활동기간이다. 잘하는 소는 1년에 상금으로 2∼3억원을 번다. 싸움소 한 마리의 거래금액은 3000만원에서 1억원까지다. 소싸움이 활발해지면 축산농가의 소득원으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현재 전국의 11개 도시에서 소싸움이 벌어지는데 대부분은 축제형식으로 일회성이다. 진주는 매주 관람용으로 진행된다. 청도에서는 매주말에 24경기가 1년 내내 쉬지 않고 벌어진다. 청도에서만 1년에 900경기가 벌어진다. 여기에 출전하는 싸움소는 50∼60마리다. 싸움소는 출전수당을 받고 이기면 승리수당이 있다. 매주 금요일에 출전할 소들이 모여 예선을 벌인 뒤 이기는 소가 토요일 경기에 출전한다.”


-2011년 11월27일 청도 상설 소싸움 경기사업이 시작됐다. 소싸움은 다른 사행산업과 비교하면 매출액과 관람객에서 큰 차이가 나는데.

“지방에서 벌어져 지역적인 한계가 크다. 접근성이 문제다. 도박산업이라 대중에게 홍보할 기회도 없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명절 때 특별한 이벤트 경기만이라도 수도권에서 벌어지도록 하고 싶은데 현행 법규상 11개 도시에서만 가능하다. 명절 때 수도권에서 하면 외국인을 포함한 보다 많은 사람이 전통놀이를 즐길 수 있는데 그런 부분에서 아쉽다. 이런 지역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교차투표나 온라인도박을 허용해줬으면 한다. 만일 온라인도박을 허용해준다면 1회당 도박 한도금액을 1만원 이하로 낮추고 청소년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막고 전자카드를 이용한 도박만 가능하도록 시스템도 고치는 등 다양한 안정장치를 만들 생각이 있다. 온라인도박 허용을 위해 마사회와 공동 TF팀을 만들려고 한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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