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YG의 미래 블랙핑크를 향한 잘못된 시선들

입력 2016-11-10 12: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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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 사진=YG엔터테인먼트

희한한 일이다. 데뷔와 함께 차트 1위를 휩쓴 걸그룹이건만 평가는 호의적이지 않다. 아니 호의적이지 않은 수준이 아니라 실패라는 평까지 나오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의 신인 걸그룹 블랙핑크 이야기이다.

블랙핑크는 투애니원 이후 YG에서 무려 7년만에 선보이는 신인 걸그룹으로, 데뷔전부터 많은 기대를 한몸에 받은 '화제의 걸그룹'이다.

실제로 8월 8일 데뷔싱글 'SQUARE ONE'의 수록곡 '붐바야'와 '휘파람'은 공개직후 각종 차트 1위에 오르는 것은 물론이고, 8월 21일 SBS '인기가요'에서 데뷔 13일만에 공중파 1위를 차지를 차지하여 역대 걸그룹 공중파 1위 최단 기록을 갈아치웠다.

또 11월 1일 발매된 'SQUARE TWO'의 수록곡 '불장난'과 'STAY' 역시 차트 1위는 물론,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어 블랙핑크의 앞에는 '괴물 신인', '역대급 데뷔'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고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블랙핑크는 분명 신인으로서 전례가 없을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둔 그룹이다. 하지만 그 안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일단 블랙핑크가 높은 성적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실패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늘고있으며, 그 첫 번째 이유는 소속사가 YG라는 것이다.

블랙핑크, 사진=YG엔터테인먼트


YG는 자타공인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큰 영향력을 지닌 기획사로, 소위 '누가 나와도 기본은 먹고 들어가는' 회사이다. 이 때문에 YG라는 배경을 등에 업고 7년만에 등장한 신인 걸그룹 블랙핑크에게는 단순한 1위가 아니라 적어도 장기 집권정도는 해줘야 한다는 막연한 기대치가 형성돼 있다.

즉 블랙핑크는 처음부터 1위를 찍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2위와 얼마나 큰 격차를 보여주느냐가 성공의 기준치가 되어버린 셈이다.

두 번째 이유는 트와이스와 아이오아이(I.O.I) 등 최근 각광받는 걸그룹들과의 비교때문이다. 블랙핑크와 트와이스는 각각 3대 기획사인 YG와 JYP 소속 신인 걸그룹으로, 데뷔와 동시에 선의의 라이벌로 엮일 수 밖에 없는 관계이다.

여기에 Mnet '프로듀스101'을 통해 탄탄한 팬덤을 형성한 아이오아이 역시 높은 지지를 이끌어내면서 블랙핑크의 비교대상이 됐고, 상대적으로 블랙핑크의 성적이나 영향력이 트와이스나 아이오아이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이 박한 평가의 이유가 되고 있다.

세 번째로는 블랙핑크의 콘셉트적인 문제이다. 블랙핑크는 투애니원의 음악이나 스타일을 따라가고 있지만 실제 이를 표현하는 멤버들의 소녀 이미지가 이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물론 이런 주장들 모두 일리가 있고, 참고할 만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블랙핑크가 이제 데뷔 3개월을 맞이한 신인 걸그룹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가혹한 면도 없지 않다.

일단 아무리 YG라고 하지만 현재 가요시장은 몇몇 대형 기획사들이 차트를 점령하던 과거와는 상황이 다르다. 스마트폰의 보급 등으로 음악사이트를 이용하는 이용층의 연령대가 다양해졌고, 이는 과거보다 더 많은 장르의 음악들이 차트에 이름을 올리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블랙핑크, 사진=YG엔터테인먼트


다시 말해 아무리 YG라고 해도 내기만 하면 1위에 오르고 장기집권을 이어가는 건 지금 음원시장에서는 힘들다는 뜻이다. 이는 트와이스나 아이오아이도 마찬가지이다. 이들 역시 데뷔 앨범은 순위권 내 롱런은 기록했을지만 1위를 장기집권한 건 아니다.

또 트와이스와 아이오아이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를 한 그룹으로, 이를 통해 데뷔전부터 상당수의 팬덤이 형성된 상태였다. 즉 트와이스와 아이오아이, 그리고 블랙핑크는 애초에 단순 비교가 어려운 그룹인 셈이다.

콘셉트적인 부분도 블랙핑크는 YG의 음악과 스타일은 유지하면서 소녀스러운 감성을 더한 그룹이라고 역으로 말해도 딱히 부정하기 어렵다.

결국 블랙핑크의 실패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대부분 특정 조건이나 상황하에서의 이야기인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순수하게 기록과 성적만을 볼 때 블랙핑크는 분명 신인으로서 이례적으로 높은 성적을 거둔 그룹이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고, 아쉬움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벌써부터 블랙핑크 성패여부를 논하는 건 섣부른 감이 있다.

성공이냐 실패냐의 결론은 지금보다 더 블랙핑크의 음악을 명확히 알 수 있을만큼의 디스코그라피가 쌓이고, 또 그에 따른 기록들이 축적이 된 후에 내려도 충분하다.

지금은 일단 이들의 음악과 퍼포먼스를 지켜보고 블랙핑크가 어떤 그룹인지 알아두는 것이 이들을 올바르게 즐기는 방법일 것이다.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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