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와이번스 박경완 수석코치는 올해 스스로 큰 변화의 시간을 가졌다. 이전까지는 크게 느끼지 못했던 ‘대화’의 힘을 스스로 깨닫고 실천하기 시작했다. 수석코치에 오른 현재 상황에서 그 힘은 더욱 더 강력하게 느껴진다. 사진은 선수들의 타격훈련을 돕고 있는 박 코치. 스포츠동아DB
그동안 박 수석은 칭찬을 잘 못했다. SK 2군 감독~1군 배터리 코치를 두루 거치면서도 선수들과 말을 잘 섞지 않는 편이었다. 훈련을 시작할 때면 일정을 읊어주고, 명령조로 지휘했다. 본인도 어려서부터 같은 방식으로 야구를 배웠고, 그것을 정답이라고 믿었다.
2017시즌을 마친 뒤 스스로를 돌아봤다. 선수들은 더 이상 강압적인 지도에 발을 맞추지 않았다. 박 수석은 “우리 세대와 요즘 선수들은 또 다르다. 이제는 대화로 선수를 먼저 이해시키는 쪽이 맞다. 반성을 했다. 내게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며 “2018년 초에 다짐을 했다. 선수들에게 절대 강요하지 않고, 대화로 풀기로. 선수들의 마음을 먼저 물어보고, 이해를 하기로 생각을 바꿨다”고 돌아봤다.
훈련에 앞서 선수들의 컨디션을 먼저 묻기 시작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얼마든지 휴식도 줬다. 한결 유연해진 박 수석을 대하는 선수들의 태도도 조금씩 달라졌다. 특히 포수 이재원과의 대화가 어마어마하게 늘었다. “이전에는 서로 단답형의 대화만 주고받았다. 올해는 경기 전·후로 먼저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거나, 경기 중에는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면서 먼저 말을 걸어오더라. 정말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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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박경완 수석코치. 스포츠동아DB
경기 중 실수가 나오면 함께 복기과정을 거치며 선수들의 생각을 물었다. 때론 부족한 부분들을 일부러 감춰주기도 했다. 박 수석은 “이전까지는 실수를 용납하지 못했다. 이제는 선수들과 경기를 복기하면서 ‘당시 상황에 왜 그랬는지’를 묻는다. 대화를 해보면 ‘그런 생각이었어?’하는 때도 있다. 그런 실수는 인정이다. 그랬더니 선수들도 조금씩 바뀌더라”고 했다.
이어 “재원이도 못한 부분은 일부러 감춰줬다. 본인도 실수를 하면 먼저 찾아와 ‘죄송하다’고 한다. 그러면 ‘나도 그런 실수 다 했다. 걱정하지 말고, 마음 편히 하고 싶은 대로 해. 내가 뒤에서 커버해줄 테니까’라고 했다. 올해 재원이의 활약을 보면 그런 부분들이 참 컸다”고 했다.
박 수석은 “감독님이 원하는 부분도 선수들이 마음을 열고, 훈련에 임할 수 있도록 먼저 이해를 시키는 것이다. 선수들이 ‘믿고 따를 수 있겠다’고 느끼면 훈련의 질이 달라진다”며 “보통 수석코치는 코칭스태프의 우두머리라고들 생각한다. 나는 오히려 이쪽저쪽을 다 챙겨줄 수 있는 보조코치라고 생각한다. 감독, 코치, 선수들과 대화도 많이 해야 한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방법은 달라질 수 있다. 그 방법을 어떻게 찾아가느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박 수석은 최적의 방법을 찾는 최선의 방법을 ‘대화’에서 찾았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