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흥국생명이 보여준 프로페셔널과 아마추어의 차이

입력 2021-01-18 14: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흥국생명 선수단. 스포츠동아DB

2020~2021시즌 V리그 중반 몇몇 팀에서 파열음이 새어나왔다. 스포츠를 모르는 사람들은 마치 큰 일이 일어난 것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는 않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에서 불협화음은 필연적이다. 가족 사이에도 의견은 맞지 않는다.

프로선수들은 일반인보다 독립심이 강하다. 그렇게 교육 받았고 길러졌다. “네가 최고”라는 말을 어린 시절부터 들어왔기에 자부심도 넘친다. 이런 선수들끼리 모여 단체생활을 하다보면 종종 불협화음이 나온다.

한 무리의 대장 자리를 놓고 경쟁은 필수다. 그렇게 만들어진 서열이 마음에 들지 않는 누군가는 불만을 가질 테고, 불화는 생긴다. “남자팀보다는 여자팀에서 주도권을 놓고 미묘한 감정싸움이 많이 나온다”고 감독들은 말한다. 그래서 여자팀의 성적은 코트보다는 라커룸과 숙소에서 결정된다는 말도 있다. 선수들과 잘 지내는 어느 여자 팀 감독은 “선수들과 면담할 때 그 순간만은 ‘네가 최고’라는 생각으로 정성을 다해 들어준다”고 털어놓았다. 모든 선수들에게 똑같은 관심을 주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라는 의미다.

이번 시즌 V리그의 이슈 메이커인 흥국생명도 최근 팀 내부문제로 홍역을 앓았다. 다른 팀이면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갔을 일이지만, 흥국생명이기에 더욱 확대된 측면도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주전선수가 출전하지 못하고 경기력도 떨어지자 소문은 증폭됐다. 재생산의 과정도 거쳤다. 속내를 잘 들러내지 않는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도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던 모양이다. “근래에 없던 위장병이 다시 도졌다”는 말까지 했다.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좋은 해법은 이기는 것이다. 결과가 좋으면 과정상의 문제들은 하찮은 것이 된다. 감정의 앙금을 완전히 씻어내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지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아마추어는 승리를 위해 원팀이 되려고 하고, 프로페셔널은 승리로 원팀이 된다’고 한다. 구성원의 기량이 떨어지는 아마팀은 승리를 위해 모두의 단합을 강조하지만, 각자가 기량을 갖춘 프로팀은 서로가 최고의 능력을 발휘해 이기면서 자연스럽게 원팀이 된다.

한동안 휘청거렸던 흥국생명은 4라운드부터 정상 리듬으로 돌아왔다. 선수들 마음 깊은 곳의 생각이야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코트에서 표정과 리액션은 원팀으로 움직인다. 13일 거의 다 내줬던 도로공사와 원정경기를 구한 것은 힘들 때 진심으로 서로를 격려하는 눈빛과 따뜻한 말들이었다. 그날 박 감독은 “선수들이 흩어지지 않고 똘똘 뭉치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 소득”이라고 밝혔다. 17일 IBK기업은행을 완파하고 3연승을 거둔 뒤에는 “우리 선수들에 관한 평가가 인색한 것 같다. 선수들은 열심히 하고 있다. 잘 살펴보면 좋은 면이 보일 것”이라는 발언도 했다.

김연경은 “배구를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프로선수로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흥국생명은 서로의 필요성을 전보다 더 절실하게 느끼는 프로처럼 보인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