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이정후(왼쪽)-박병호. 스포츠동아DB
벌크업을 통해 강한 타구 생산에 집중하기 시작한 2020년 출발과는 매우 달랐다. 그해 이정후는 개막 첫 달인 5월에 타율 0.359, 4홈런, 19타점, 14득점을 마크했다. 콘택트 능력과 파워를 모두 잡아 최고의 출발을 했던 해다.
워낙 이전 해 출발이 좋았기에 스스로 만족할 수 없었던 올해 4월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준수한 타율일 수 있는 0.269도 그에게는 “잘 안 맞았던 기간”이었다.
그런 이정후가 5월 들어서는 다시 무섭게 안타 페이스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월초부터 멀티히트를 거의 매 경기 적립하더니 타율 3할을 우습게 뛰어 넘었다. 잠시 잠깐의 상승세도 아니었다. 월말까지 꾸준하게 좋은 감을 이어가며 어느새 3할 중반 대에 진입했다.
25일까지 이정후의 5월 타율은 무려 0.493다. 15경기가 넘는 누적 분에서 5할에 가까운 타율을 기록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스스로 부족하다 생각한 출발을 단숨에 바꾼 것은 자신의 ‘평균’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정후는 “4월에 워낙 잘 안 맞았다. 그 때문에 ‘5월에는 잘 맞겠지’라는 생각을 스스로 계속했다. 타격 자체에 큰 변화를 준 게 없다. 안 좋은 부분은 조금씩 수정했지만, 4월에 비해 자신감을 가지고 타석에 임한 게 무엇보다 컸다”고 말했다.
웬만한 타자들은 자신의 부진한 모습에 심각하게 사로잡혀 타격 사이클이 걷잡을 수 없게 무너진다. 그러나 매해 자신의 ‘평균’을 아는 이정후는 5월 반등에 확신이 있었다. ‘자신감’을 상승세의 비결로 밝힌 가장 중요한 이유다.
이정후는 5월 반등의 숨은 비결을 전하기도 했다. 바로 4번타자 박병호의 부활이다. 4월 부진으로 1군에서 말소되기까지 한 박병호는 최근 4번타자로 돌아와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이정후는 “선배님 덕을 봤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는 “박병호 선배님이 뒤에 계셔서 너무 좋다. 투수들이 내 뒤에 선배님이 계시니 나와 반드시 승부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실투가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 그런 공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박병호 역시 최근 인터뷰에서 “(이)정후가 앞에 있는 게 큰 도움이 된다. 투수들이 힘이 빠진 상태에서 날 상대하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공교롭게도 이정후의 타격 그래프가 위를 향한 순간부터 키움의 성적도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파죽의 7연승. 개인의 성적으로 팀 성적까지 끌어올리기 시작한 이정후의 2021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