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효과’ 토트넘을 주목하는 EPL, “성장형 아닌 완성형이 필요해” [사커토픽]

입력 2023-01-05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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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의 메가스토어.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에서 최고의 상품가치를 자랑하는 이는 한국축구대표팀의 캡틴 손흥민(31)이다. 준수한 외모는 물론 전 세계 최고의 스타들이 모여드는 EPL에서도 통하는 빼어난 실력까지 갖춘 그는 말 그대로 ‘걸어 다니는 인간 기업’이다.

토트넘의 수익 창출에도 손흥민은 일등공신이다. 국내기업들의 후원에 더해 현지 최대 규모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메가 스토어는 항상 인파로 북적인다. 특히 홈경기 당일에는 한국을 포함한 다국적 팬들이 길게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는 진풍경을 연출한다.

주력 상품은 역시 유니폼으로, 손흥민의 이니셜(SON)과 등번호(7번)를 새긴 홈·원정 및 서드 키트가 매장 내 가장 돋보이는 장소에 걸려있다. 가격은 만만치 않다. 성인 유니폼 상의가 75파운드(약 11만5000원) 선이고, 선수 등번호·이니셜과 대회 패치(EPL·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추가하면 95파운드(약 14만5000원)까지 가격이 뛴다.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의 메가스토어.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그럼에도 없어서 팔지 못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단다. 하루 평균 200~300장은 기본이고, 홈경기 때는 500~600장까지 판매된다. 마킹 유니폼이 500장만 팔려도 우리 돈으로 7250만 원이다. 잉글랜드대표팀 주장이자 팀 동료인 해리 케인도 해내지 못한 판매량이다. 여기에 스타디움 재킷과 점퍼, 트레이닝복, 티셔츠, 모자, 머플러 등이 더해지고 열쇠고리와 배지, 머그컵 등 각종 액세서리까지 추가되면 수익은 더욱 크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에 비해 유럽축구상품 구매력이 거의 없는 지역으로 꼽혔다. 하지만 ‘손흥민 보유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 런던을 찾는 한국 여행자들의 핵심 코스가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이다. 일정이 맞지 않아 홈경기를 관전하지 못하더라도 스타디움 투어를 하고 상품을 구입하려는 발걸음이 계속된다. 토트넘이 성적과는 관계없이 항상 상품 판매 성수기를 보내는 이유다.

이를 타 구단들이 모를 리 없다. EPL에선 구단 임직원들의 이직도 굉장히 활발한데, 라이벌 구단에 둥지를 튼 전직 토트넘 직원들은 꾸준히 자신의 직장에 “단순한 아시아선수가 아니라 손흥민과 같은 선수를 데려와야 한다”고 제안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의 메가스토어.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자연스레 방향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한국 등 아시아권 선수는 최대한 어린 나이에 뽑아 성장시켜 활용하거나 철저히 마케팅효과에만 집중했다면, 이제는 당장 주전경쟁이 가능한 ‘완성형 선수’를 영입하려는 분위기다. 더 많은 돈이 필요해도 최대한 좋은 선수를 데려와 리스크를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2022카타르월드컵을 기점으로 추정 시장가치가 2500만 유로(약 336억7000만 원)에서 3500만 유로(약 471억4000만 원)까지 치솟은 김민재(27·나폴리)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리버풀이 노리는 배경이다. 동시에 런던을 기반으로 하는 아스널, 첼시 등 토트넘의 연고 라이벌들도 마찬가지다. ‘손흥민 효과’는 확실히 상상 이상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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