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성장한 정호영…소속팀도, 대표팀도 웃는다!

입력 2023-02-13 14: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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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C인삼공사 정호영. 스포츠동아DB

V리그 KGC인삼공사의 고희진 감독(43)은 2022~2023시즌 개막을 앞두고 기대주를 꼽아달라고 부탁하자 머뭇거림 없이 “정호영”이라고 대답했다. 가능성은 충분한데 그동안 기대에 못 미쳤다는 판단이었다. 미들블로커(센터) 정호영(22)은 장신(190cm)에다가 점프와 스피드가 좋다. 영리한 두뇌와 서글서글한 성격도 가졌다. 다만 자신감이 부족했다. 현역 시절 최고의 미들블로커였던 고 감독은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전수해주고 싶다”며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고 감독의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 정호영의 성장세가 무섭다. 팀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 한국여자배구를 책임질 중앙 공격수로 평가 받고 있다.

정호영은 13일 현재 속공 2위, 블로킹 6위다. 득점도 16위다. 지난 시즌 28경기 152점에서 올 시즌 28경기 270점으로 껑충 뛰었다. 분명 커리어 하이 시즌이다.

프로 4년차이지만 우여곡절은 만만치 않다. 선명여고 시절 국가대표팀에 선발됐던 그는 2019~2020시즌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인삼공사 유니폼을 입었다. ‘제2의 김연경’이라는 찬사 속에 주목을 받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로 나서기엔 리시브와 수비 능력이 많이 떨어졌다. 덩치에 비해 파워도 부족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첫 해 20경기에서 겨우 20점에 머물렀다.

포지션 변경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미들블로커로 옮긴 2020~2021시즌엔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시즌 첫 경기에서 당한 무릎 전방 십자인대 파열로 한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피나는 재활을 통해 지난 시즌 복귀했고, 미들블로커로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KGC인삼공사 정호영(오른쪽). 스포츠동아DB

올 시즌은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상대 블로커 위에서 내리 꽂는 속공과 성공률 높은 블로킹을 과시하며 양효진(현대건설)을 이을 대형 미들블로커로 자리매김했다. 동갑내기 경쟁자 이다현(현대건설)과 비교해도 우위다. 특히 블로킹이 많이 늘었다. 정호영은 “지난 시즌에는 어쩌다 손에 맞아서 블로킹이 됐다면, 이번 시즌에는 내가 어느 정도 예측하고 만드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또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엘리자벳의 어깨를 가볍게 하고 있다. 혹사에 가까울 정도로 의존도가 높았지만 정호영이 중앙에서 해결해주자 공격이 분산됐다. 2016~2017시즌을 마지막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인삼공사도 정호영의 활약 덕분에 ‘봄 배구’의 희망을 이어갔다. 13일 현재 인삼공사는 승점 41(13승15패)로 4위다. 3위 도로공사(44점)에는 3점 뒤졌고, 5위 GS칼텍스(39점)에는 2점 앞섰다.

정호영은 대표팀에서도 활약이 기대된다. 12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전에는 세사르 에르난데스 곤살레스 여자대표팀 감독이 현장에서 지켜봤는데, 지난해보다 발전된 모습을 확인했을 것이다. 또 20점 이후의 승부처에서 정호영의 대범한 플레이가 여자대표팀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법하다. 정호영은 “올해 중요한 국제 대회가 많은데 뽑힌다면 영광”이라며 태극 유니폼을 기대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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