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참패 안긴 전북에 앙갚음한 대구, ‘용맹한’ 그들의 봄이 왔다 [현장리포트]

입력 2023-03-2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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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가 19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전북과 홈경기에서 2-0 완승을 거뒀다. 지난해 9월 10일 같은 장소에서 당한 0-5 대패를 포함해 전북전 5경기 무승(2무3패)의 굴레에서 벗어난 뒤 환호하는 대구 선수들.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지난해 9월 10일이었다. K리그1 대구FC는 홈에서 전북 현대에 0-5로 대패했다. 추락을 거듭한 대구는 강등열차를 타는 듯했다. 당시 감독대행을 맡고 있던 최원권 대구 감독은 눈물까지 보이며 분노한 팬들에게 미안함을 전했다.

시간이 흘렀다. ‘하나원큐 K리그1 2023’이 개막했다. 3라운드까지도 대구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2무1패에 그쳤다. 19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4라운드 상대는 전북이었다. 1승1무1패로 기대치를 밑돌았어도 전력으로든 최근 흐름으로든 원정팀이 한 수 위임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래도 분위기는 달랐다. 기대감이 가득했다. 일찌감치 대구 구단이 ‘티켓 매진’을 공지한 가운데 1만2253명이 입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을 포함해 경기장 개장 이후 최다다. 마침 콜롬비아(24일·울산)~우루과이(28일·서울)로 이어질 3월 A매치 2연전을 앞둔 국가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독일)도 현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말쑥한 양복 차림의 최 감독은 “항상 많은 분들이 경기장을 찾아주시니 부담도 대단한데, 이건 우리가 누리는 특권에 대한 부담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대패가 반등의 계기가 됐는데, 올해는 다른 상황으로 반전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물론 준비과정은 여유롭지 않았다. 일주일 내내 전북의 모든 것을 체크하고 분석했다. 그리고 결전의 날 선수들에게 한마디를 던졌다. “온몸을 날려라. 상대와 똑같이 뛰어서는 전북을 이길 수 없다. 모두 경고를 받아도 좋다. 사자의 심장으로 싸움에서 이기라”며 최대한의 투지를 주문했다.

여기에 변칙작전도 가미했다. 세징야와 에드가를 대기 명단에 넣고, 베테랑 콤비 이근호-이용래를 먼저 투입했다. 대구를 대표하는 외국인 공격수들이 동시에 빠진 시나리오는 전북 벤치로선 상상하기 어려웠다.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김상식 전북 감독은 대구에서 4년을 뛴 중앙수비수 정태욱에게 기대했지만, ‘알고도 막지 못하는’ 상황이 무엇인지를 깨달았을 뿐이다. 정태욱이 옛 동료들을 아는 것보다 오히려 대구가 정태욱의 약점을 낱낱이 파악하고 있었다. 홈팀의 빠른 공격수들은 제공권을 피하되, 낮은 볼 배급과 배후공간 침투로 정태욱을 손쉽게 요리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집중 관찰한 전북의 태극전사 5명(김진수·김문환·백승호·송민규·조규성)에게 “절대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무장한 대구에는 운도 따랐다. 전반 10분 케이타가 띄운 크로스를 전북 골키퍼 정민기가 놓쳤고, 이를 김진혁이 놓치지 않고 로빙슛으로 골문을 뚫었다.

다급해진 전북이 갈팡질팡한 사이, 대구는 에드가와 세징야를 차례로 투입한 뒤 영리한 ‘후역습’으로 기회를 노렸고, 상대의 공세가 계속된 후반 49분 마지막 결실을 맺었다. 장성원의 패스를 받은 세징야가 침착한 왼발 슛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2021년 5월 1-0 승리 이후 5경기 무승(2무3패)의 사슬을 끊고 그 어느 때보다 값진 승점 3을 쟁취한 순간, 탈진한 대구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드러누워 긴 여운을 만끽했다.

대구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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