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혁진(요넥스)은 한국배드민턴 남자단식의 희망으로 기지개를 다시 펴고 있다. 수디르만컵에서 회복세를 보인 그가 2022항저우아시안게임과 2024파리올림픽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 수 있을 지가 관심사다. 17일 중국 쑤저우의 올림픽스포츠센터에서 벌어진 일본과 2023수디르만컵 조별리그 D조 최종 3차전에서 매치스코어 5-0 완승을 거둔 뒤 기념촬영을 하는 전혁진. 이날 그는 니시모토 겐타를 세트스코어 2-0으로 돌려세우며 승리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쑤저우(중국) |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한국배드민턴은 여자단식 안세영(세계랭킹 2위), 여자복식 백하나-이소희(6위), 혼합복식 서승재-채유정(4위) 등 세계정상급 랭커들을 각 종목별로 보유하고 있다. 랭킹과 별개로 남자 복식 최솔규-김원호(9위), 서승재-강민혁(16위)을 위협하는 김원호-나성승(331위)의 등장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남자단식은 전통적인 약점이다. 한국은 2004아테네올림픽의 손승모(은메달),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의 박성환(동메달) 이후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남자단식에서 메달을 목에 걸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이현일과 손완호 등 세계적인 스타들이 등장했지만, 다른 종목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컸다.
그러나 한국은 최근 중국 쑤저우에서 준우승으로 마친 2023수디르만컵(세계배드민턴선수권대회)에서 희망을 봤다. 남자단식 최강자인 요넥스의 전혁진(58위)가 반등 조짐을 보여서다. 전혁진은 수디르만컵에서 촐란 카얀(영국·234위)~니시모토 겐타(일본·이상 2-0 승·13위)~리지지아(말레이시아·0-2 패·10위)를 상대로 2승 1패를 거뒀다. 타 종목 동료들과 비교하면 두드러진 성과는 아니지만, 한때 17위까지 올랐었던 그가 회복세를 보인 점은 한국에게 있어서 호재다.
전혁진은 2014인천아시안게임 남자단체전 금메달리스트로 유망주 시절 잠재력을 크게 인정받았다. 그러나 2017년부터 2년 넘게 무릎 부상으로 고전하며 990위까지 추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어려움 끝에 큰 무대에서 경쟁력을 다시 선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를 향한 배드민턴 팬들의 시선은 애틋하다.
전혁진은 최근 스포츠동아와 만나 “이전부터 토마스컵 등 단체전에서 좋은 결과가 많아 기대가 컸다. 대회 내내 자신 있게 뛰자고 생각했다”며 “늘 2024파리올림픽을 바라보고 있다. 지금 세계랭킹으론 출전하기 힘들다는 것도 알고 있어 더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혁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윤규(210위), 조건엽(217위) 등 후배들과 격차가 크지만 따라잡히지 않기 위해 노력 중이다. 스스로는 후배들과 실력 차가 적고, 대표팀 내 남자 최고참이지만 랭킹을 더 높여야 한다는 생각만 가득하다. 수디르만컵 직후 말레이시아마스터즈에서도 수주펜(말레이시아·2-0 승·68위)~크리스토 포포프(프랑스·2-1 승·35위)~라스무스 겜케(덴마크·1-2 패·19위) 등을 상대로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김학균 대표팀 감독은 “(혁진이에게) 늘 기대는 하고 있었지만, 기대치에 얼마나 접근하느냐가 중요했다”며 “남자단식이 오랜만에 다른 종목에 보탬이 되고 있다. 앞으로 더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격려했다.
당장 당면과제는 파리올림픽 출전을 위한 랭킹포인트 적립과 2022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호성적이다. 한국배드민턴은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사상 첫 노메달 수모를 겪었다. 남자 단식과 단체전에서 최고참 전혁진의 역할이 절실하다.
전혁진은 “수디르만컵에서 니시모토를 꺾었다. 6년 전 니시모토는 나보다 랭킹이 더 낮았는데, 어느새 세계랭킹 톱10에도 들어보고 여전히 높은 순위다”며 “나도 어렸을 적부터 꿈이 톱10 진입이었다. 몸 상태가 돌아오고 있는만큼 도전해볼만하다고 생각한다. 아시안게임은 물론 출전하는 모든 대회마다 정상 자리를 노리면서 치열하게 준비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