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1번 타순에는 ‘2명’이 뛴다…다친 동료 보호대 차고 뛴 황성빈 “권수 형 몫까지!” [스토리 베이스볼]

입력 2023-06-14 14: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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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황성빈.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안)권수 형 몫까지 뛰고 싶었거든요.”

1군 엔트리 복귀를 하루 앞둔 지난달 29일 롯데 자이언츠 황성빈(26)은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발목을 다친 지 한 달 만에 다시 뛰게 된 설렘이 무엇보다 컸지만, 호흡이 척척 맞던 안권수, 김민석, 잭 렉스 등 동료들과 다시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그를 더욱 들뜨게 만들었다. 그 중 올 시즌 8차례나 테이블세터를 이룬 안권수와 다시 한번 공격첨병 역할을 해내고 싶은 마음이 무척 컸다. 복귀 전날 안권수의 개인 유튜브 채널 생방송에 출연해서도 “어느 타순에 서든 형과 테이블세터를 이루면 좋다”고 한껏 기대했다.

아쉽게도 이들이 다시 함께한 시간은 길지 않았다. 지난달 30, 31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선 서로 1·2번 타순을 오가며 테이블세터를 이뤘지만, 이 2경기를 끝으로 잠시 떨어져 지내게 됐다. 안권수가 그동안 자신을 괴롭히던 오른쪽 팔꿈치 안의 뼛조각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기로 했기 때문이다. 회복과 재활에만 최소 3개월이 걸리니 이들이 다시 테이블세터로 뛰려면 9월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안권수의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진행한 생방송 도중 올 시즌 유행어가 된 ‘기세’를 적은 종이를 들고 웃는 롯데 황성빈(왼쪽)과 안권수. 사진출처 | 안권수 유튜브


떨어져 있어도 마음만큼은 함께하겠다는 의지다. 황성빈은 안권수가 사용하던 야구용품을 대신 지니고 뛰면서 동료애를 드러내고 있다. 13일 사직 한화 이글스전에서 3안타 1볼넷으로 펄펄 난 뒤 황성빈은 “형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정말 커 형의 팔꿈치 보호대까지 차고 시합을 뛰었던 적도 있다. 형의 몫까지 뛰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형의 기운을 받고 싶었다. 형이 빠르게 회복해 얼른 다시 돌아오면 좋겠다. 돌아올 때까지 내가 계속 응원하겠다. 지금도 형과 피드백을 주고받곤 있어도, 돌아오면 다시 테이블세터로 함께 뛰고 싶다”고 밝혔다.

황성빈을 비롯해 많은 롯데 동료들이 안권수의 빈자리를 느끼고 있다. 올 시즌 그라운드 안팎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 만큼 허전함도 두 배다. 개막 첫 달이던 4월에는 22경기(선발 21경기)에서 타율 0.318, OPS(출루율+장타율) 0.815, 2홈런, 12타점, 4도루로 맹활약하며 롯데의 돌풍에 앞장섰다. 덕아웃에선 재치 넘치던 안권수 특유의 파이팅 덕분에 승패를 떠나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윤동희는 “지금도 덕아웃 끝편의 (안권수가 자주 서 있던) 자리에서 누군가 소리쳐줄 것만 같다”며 허전한 심경을 드러냈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 역시 “올 시즌 우리 팀의 정체성을 만들어준 안권수가 많이 그리울 것”이라며 복귀를 고대하고 있다.

사직 |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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