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느림의 미학’ KT 고영표 리그 최고의 이닝이터

입력 2023-08-02 15:11: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KT 고영표. 스포츠동아DB

KT 위즈 사이드암 투수 고영표(32)가 흔들림없는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KBO리그 최고의 이닝이터답게 높은 효율성을 자랑하고 있다.

고영표는 1일 수원 SSG 랜더스와 경기에서 8이닝 무실점 호투로 팀의 8-0 대승을 이끌었다. 올 시즌 13번의 퀄리티스타트플러스(QS+·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로 이 부문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날 24개 아웃카운트를 책임진 그의 투구수는 97개였다. 완봉승도 노려볼 만 했으나 4일을 쉬고 다시 등판해야 하는 일정과 무더위를 고려해 9회초엔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다.

그가 리그 최고의 사이드암투수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효율성 덕분이다. 고영표는 공격적인 투구를 선호한다. 주무기인 체인지업을 앞세워 투구수를 줄여가며 손쉽게 아웃카운트를 잡아내고 있다. “타자를 상대할 때 초구부터 승부구를 던진다”는 그는 이닝당 투구수가 13.5개에 불과하다. 리그 전체 선발투수들 가운데 가장 적다. 그러면서도 경기 평균 6.1이닝을 소화해냈다. 제구력이 좋아 경기당 볼넷을 0.68개만 허용하고, 삼진·볼넷 허용 비율이 무려 9.00으로 독보적이다. 피안타율이 0.243을 마크하고 있지만 공격적인 투구를 통해 효율성을 높여 긴 이닝을 책임지고 있다는 게 각종 수치에서 확인된다.

KT 고영표. 스포츠동아DB


지난 2년간 KT 선발로테이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온 그도 올 시즌 초반에는 다소 부침을 겪었다.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미국을 방문해 훈련 방법과 투구 매커니즘에 약간의 변화를 줬는데 여기에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는 6월부터 본래 모습을 되찾았고, 이후 꾸준하게 승수를 챙기면서 3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리에 1승만을 남겨두고 있다.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아 지금의 흐름을 유지한다면 지난해 수립한 개인 한 시즌 최다인 13승도 넘어설 수 있을 전망이다.

고영표가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QS(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다. 그는 지난해 21개의 QS로 이 부문 공동 4위였다. 2021년에도 21차례 QS를 작성한 그는 올해 이보다 나은 기록을 원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QS를 많이 해내면 불펜자원들의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고, 팀 승리 기여도를 높일 수 있어서다. 고영표는 올해 15개의 QS로 1일까지는 이 부문 선두를 지키고 있다. 극강의 효율성을 자랑하는 고영표가 올해 QS와 다승에서 개인 커리어 하이를 찍으며 다시 한 번 날아오를지 주목된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