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바둑관전기]대책없는바둑,대책없는사람

입력 2008-08-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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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백1이 패착이다. 이정우가 여기서 결국 걸려 넘어졌다. 흑2로 딱 붙이니 이정우의 얼굴이 ‘돌색(그는 백을 쥐었다)’이 되어 버렸다. 이 수를 당하고 나니 사실상 대책이 없는 것이다. 회사 인사권자에게 가장 골치 아픈 직원은 ‘대안’이 없는 사람이다. 자리를 옮기려 해도 그를 대신할 만한 마땅한 사람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직원들은 종종 자신을 대신할 만한 인물이 없도록 ‘신경’을 쓴다. 못된 사람은 ‘대안’이 될 만한 후배를 못살게 굴기도 한다. 하지만 진짜 골치 아픈 직원은 ‘대안’이 아닌 ‘대책’이 없는 인간이다. 이런 부류는 인사권자를 앓아눕게 만든다. 물론 이를 노리고 일부러 대책 없이 구는 사람은 없을 테지만. 흑2에 백은 왜 대책두절인가? <해설1> 백1로 막으면 안 되나? 안 된다. 흑4로 끊기면 대책이 없다. <실전>도 결국 흑6으로 절단이 되었다. 백5 대신 <해설2> 백1로 이어도 소용없다. 역시 백이 지는 그림이다. 이리하여 바둑은 역전. 지금까지 흑이 조심스레 쌓아온 탑이 한 순간에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그래서 바둑은 끝인가? 아니다. 정말 황당한 해프닝이 한 편 더 남아있다. 과거 성룡이 출연한 영화를 보면 마지막 크레디트가 올라가면서 촬영 에피소드를 ‘덤’으로 볼 수 있었다. 본 내용이 다소 미흡하다 싶어도 실수와 웃음으로 가득 찬 이 뒤풀이를 보고 있자면 단단해진 마음이 스르르 녹았다. 이 바둑에도 그런 멋진 덤이 있다. 하기야 바둑! 하면 ‘덤’이 아니던가?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해설=김영삼 8단 1974ys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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