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아침 편지] 아픈 사람 못 지나치는 친절한 울 남편 못말려!

입력 2009-11-12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남편과 결혼을 해서 산지도 벌써 20년이 됐습니다. 그동안 행복했던 나날보다는 복창 터졌던 날들이 더 많았던 것 같은데 그 이유는 이 사람이 세상물정 모르는 바보처럼 순수하고 착해도 너무 착하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남편의 직장도 탄탄하고, 인물도 서글서글하고, 착하고, 성실하다는 것만 믿고 결혼을 했습니다. 그 때만해도 남편의 오지랖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출근길에 여고생이나 직장인들이 버스를 기다리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으면 얼른 차에 타라며 목적지까지 데려다 준다고 나서는데, 요즘은 친절을 베풀어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가 힘든 세상 아닙니까.

혹여나 여고생을 차에 태웠다가 성추행 의심이라도 받으면 그 책임은 누가 지라고 그러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됐습니다.

그래서 제가 제발 본인이나 잘하라고 하면 “세상이란 게 다 같이 도우면서 살자는 건데, 그게 어때서? 하여튼 당신은 너무 이기적이야” 이러면서 오히려 저를 이상한 사람 취급했죠.

아무튼 저는 다른 사람들의 일에는 최대한 무관심하게 대하라고 남편에게 누누이 얘기를 했습니다. 며칠 전에는 처음 보는 부부가 저희 집 벨을 누르더니 제 남편을 찾았습니다.

저는 이 사람이 드디어 사고를 쳤구나 싶어서 죄스러운 마음으로 현관문을 열었습니다. 예상과는 반대로 만삭인 여자 분이 제 손을 덥석 잡더니 눈물을 흘리면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 보답을 어떻게 해드려야 할지”라면서 연신 머리를 조아리더군요. 그리고 그 옆에 있는 남자는 약소하지만 맛있게 먹으라며 사과 박스를 집 안에 들여다 줬습니다.

이 부부가 지난 주말에 갓 걸음마를 뗀 아들과 함께 나들이를 갔는데 갑자기 비가 내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비를 피해 건물로 뛰어들어가려고 했는데, 가는 길에 애가 넘어지면서 발목을 다쳤다는 겁니다.

시골길이라 택시도 보이지 않고, 너무 막막해서 가는 차들을 보고 손을 흔들었지만 아무도 서지 않아 우는 애를 안고서 한참을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는데, 때마침 제 남편이 차를 끌고 지나가다가 멈춰 섰고, 사정을 들은 그 길로 바로 그 사람들을 태워서 병원에 데려다줬다고 하는 겁니다.

거기다 치료가 끝날 때까지 옆에 서서 괜찮은 거냐며 걱정해주고 심지어는 응급실비까지 계산을 하고 갔다고 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이런 사람을 믿고 함께 산다는 게 힘들게만 느껴졌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그동안 남편이 했던 말들이 다 옳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From. 임명희|광주광역시 남구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