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배경 일제강점기에 쏠린 세계의 눈

입력 2022-04-13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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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애플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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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언론들 “일본이 한국문화 말살”
일본계 배우 “학교선 배우지 못해”

뉴욕타임즈 등 “최고의 시리즈” 극찬 불구
일본 주요 매체들 ‘파친코’ 언급조차 피해
극우 커뮤니티선 “역사 날조 반일 드라마”
4대에 걸친 ‘자이니치’(在日·재일 한국인)의 수난사를 그린 애플TV+의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가 세계적 호평을 받고 있다. 이에 드라마의 시대적 배경인 일제강점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해외 누리꾼과 매체들이 잇달아 조선과 민중에 피식민의 고통을 안긴 일본의 악행을 들여다보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일부 누리꾼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세계인이 알아야 할 이야기”

드라마 ‘파친코’는 재미동포 1.5세인 이민진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애플TV+ 관계자들은 2017년 출간돼 전미도서상 후보에 오르는 등 호평을 받은 소설에 흥미를 드러냈다. 하지만 미국인들에게 아직은 낯선 한국의 역사 이야기를 막대한 제작비의 시대극화하는 데 주저했다.

‘파친코’의 총괄 제작자인 미국계 한국인 수 휴 프로듀서는 이들을 끈질기게 설득했다. 수 휴 프로듀서에게 한국과 한국인들이 겪어온 고난의 역사를 자세히 들은 애플TV+ 관계자들은 “세계적으로 반드시 통할 이야기”라 확신했고, 마침내 드라마를 완성했다.

외신들은 선택이 옳았음을 보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와 롤링스톤, 영국 BBC 등 유력 매체들은 “올해 최고의 시리즈”라고 ‘파친코’를 찬사했다. 워싱턴포스트와 뉴스위크는 “미국에는 잘 알려지진 않은 역사이지만 꼭 알아야 할 이야기”라며 “일본은 한국문화를 말살하려 했다”는 등 강제징용·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파친코’ 출연진도 “모두가 알아야 할 이야기”라며 한목소리를 냈다. 재일교포 솔로몬(진하)의 미국인 상사 톰 역을 맡은 지미 심슨은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얼마나 탄압과 학대를 받았는지 몰랐다. 학교에서 이런 것을 알려주지 않았다. 드라마를 통해 한국인이 겪은 고통에 공감해 달라”고 당부했다.

솔로몬의 라이벌 나오미 역의 일본계 뉴질랜드 배우 안나 사웨이는 시네마데일리US 인터뷰에서 “일본 학교에서는 배우지 못했던 이야기”라며 “잘못된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과거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꼬집었다.




●일본 일부 누리꾼 “역사 날조”


제작진은 ‘파친코’가 감정적 호소에 기댄 이야기가 되지 않도록 40여 명의 역사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의 꼼꼼한 검증을 받았다. 자문에 참여한 역사N교육연구소 심용환 소장은 “사소한 소품부터 극중 등장하는 ‘어부가’의 박자까지도 고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의 일부 누리꾼은 극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파친코’가 “역사를 날조한 반일 드라마”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애플TV+의 공식 SNS에 몰려가 ‘파친코’ 제작을 댓글로 비난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영화 데이터베스인 IMDB에서는 ‘파친코’에 의도적으로 낮은 점수를 주는 ‘평점 테러’ 움직임까지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글로벌 OTT를 통해 일본의 가해 역사가 전 세계에 제대로 알려질까 두려워하는 것이다”고 일침을 가했다.

일본 주요 매체들은 ‘파친코’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일본의 영화전문 사이트인 에이가닷컴은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화한 역사는 젊은 세대에게는 잊혀지고 있는 과거”라며 ‘파친코’는 “재일한국인의 가족사를 장대한 스케일로 그려낸 작품”이라고 호평해 눈길을 끌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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